서이초 교사 사건에 “아이들 생활공간 덮지 말라” 근조화환 멈추라고 호소한 학부모

2023-07-20 12:21

“평범한 서이초등학교 학부모”라며 올린 글
“애도를 멈추라는 뜻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를 추모하기 위한 근조화환과 꽃다발을 그만 보내달라 호소한 학부모에게 비판이 쏟아졌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근조화환 / 뉴스1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도착한 근조화환 / 뉴스1

서초구의 한 맘카페 회원 A씨는 20일 오전 자신을 서이초등학교의 평범한 학부모라고 주장하며 '부디 화환과 꽃다발을 멈춰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저 역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저는 학교로부터 어떤 사실도 통보받지 못했고 제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길가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는 기자 양반들, 유명한 유튜버들 그리고 아름답지만 너무 슬픈 근조 화환을 뚫고 제 아이를 어떻게 등교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국화꽃을 놓는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이 학교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슬픈 일이 생긴 곳과 동시에 어린아이들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저희에게 조금 시간을 달라. 어른들의 급한 슬픔으로 어린이들의 생활 공간을 덮지 말아 달라"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근조 화환을 멈춰 달라는 게 애도를 멈추라는 뜻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트라우마 없이 사건을 설명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삭제된 맘카페에 올라온 호소글 / 서울 서초구의 한 맘카페 게시글
현재는 삭제된 맘카페에 올라온 호소글 / 서울 서초구의 한 맘카페 게시글

하지만 해당 글은 카페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회원들은 "돌아가신 분도 어느 부모의 소중한 아이입니다", "추모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게 엄마가 해줄 일 아닐까요?", "아이들도 지금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생긴 일입니다. 이 정도의 추모조차 못 하는 건 아니죠"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20대 초반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교사가 평소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인 악성 민원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학교는 20일 "현재 선생님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지만 SN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사실 확인 없이 떠돌고 있다. 무리한 억측으로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입장문을 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이설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