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초등학교 교사가 스티커 하나로 고소를 당한 사연이 재주목 받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받은 사연이 올라왔다. 해당 내용은 지난 3월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편에 출연한 35년차 초등학교 교사 이혜숙(가명) 씨 사연이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이혜숙 씨는 2023년 2월 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은 “이혜숙 씨가 점심시간 교실에서 급식실로 이동할 때 피해자와 학급 학생들에게 뒷짐을 지게 하고, 뒤꿈치를 들어 이동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혜숙 씨는 “2학년 국어 교과서에 ‘풀밭을 걸을 땐’이라는 시가 나온다.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니까 아이가 새싹을 안 밟으려고 뒤꿈치로 걷는 내용이다. 그래서 국어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급식실 이동할 때 서너 걸음 아이들에게 해보게 했다. 그리고 고소인의 아이는 2년 전 가르쳤던 학생이다. 2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까지도 저를 괴롭히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숙 씨는 “칠판에 호랑이 캐릭터를 붙여 놨었다. 저학년 특성상 캐릭터를 좋아한다. 캐릭터를 붙여 놓고 마침 한쪽에 빨간색, 노란색 카드를 들고 있는 게 축구 심판이 떠올라서 애들한테 영어를 한답시고 ‘레드카드’, ‘옐로카드’하면 아이들이 따라 웃었다. ‘공책 안 가져온 친구들 레드카드네’하면서 생활지도를 위해 이름표 같은 것을 올렸었다”며 2년 전 학부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당시 상황을 설명한 이혜숙 씨는 “2021년 아이가 물병을 자꾸 구기며 수업을 방해하길래 호랑이 캐릭터 옆에 이름을 붙이고 방과 후 생활지도 교육을 한 후 집에 보냈다. 그런데 학부모가 ‘아홉 살짜리를 청소시켰냐’며 교무실로 찾아와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교실 청소를 시키는 건 체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교감 선생님이 ‘교육의 일환이다’라고 설명을 하니까 학부모가 저를 찾아와 여러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다음날부터 학생이 학교에 오지 않아 전화를 했는데 스트레스로 2주 동안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학부모는 담임 교체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 지지 않자 관계 기관에 20건 이상 민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혜숙 씨는 “민원을 계속 넣어서 결국 담임 자리가 교체됐다. 병가 중에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는데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혜숙 씨를 신고한 학부모는 방송에서 “선생님이 아동학대를 하셨다. 그래서 신고를 했다. 아이는 지금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혜숙 씨 변호인은 “사건이 일어난 건 4월이고, 진단서를 받은 날은 10월이다. 인과관계에 대해 의문이 있다. 결국 기소유예를 받았다. 그런데 기소유예는 사실상 죄를 인정한 거다. 결국 이혜숙 씨는 견책 징계를 받고 1500만 원 이상 급여가 깎였다. 거기에 학부모가 따로 치료비를 청구했다. 이 사건 이후 또 아이를 까치발로 걷게 했다고 고소를 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송에서 PD수첩은 “아동학대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범죄다. 그런데 호랑이 캐릭터 옆에 이름표 하나를 붙였을 뿐인데 이게 학대로 인정됐다.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사연을 본 네티즌들은 “이게 뭐냐”, “이거 전에 봤을 때도 ‘애가 상처받지 않겠냐’라는 글 봤었다”, “칭찬 스티커 붙여도 못 받은 아이들 박탈감 느낀다고 민원 들어온다”, “저러면 교사는 누가 보호해 주냐”, “교사들도 진상 민원에 보호하는 제도가 있어야 된다”며 의견을 남겼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1학년 담임인 A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발견됐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저연차 1학년 담임 교사가 학부모 민원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교육 당국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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