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극한호우 때 어떻게든 홍수피해 막으려고… 찬사 쏟아지고 있다

2023-07-19 17:08

기민하고 적극적 대응 '괴산댐 월류' 수많은 인명 지켜
뭉개진 절박한 경고 '오송 지하차도 침수' 희생 더 키워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말 그대로 억수같은 비를 퍼부으며 '극한호우'로 불리는 올해 장마는 재난당국의 기민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쪽은 기민하고 적극적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한쪽은 수백명의 인명을 지켰지만, 다른 한쪽은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단 사흘간 일년 강수량 25% 퍼부은 '물폭탄'

19일 충북도와 괴산군 등에 따르면 도내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린 지난 13일부터까지 엿새간 충북에는 평균 392㎜의 장맛비가 쏟아졌다.

지난 16~18일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지난 13~15일 쏟아졌다. 이 사흘간 내린 강수량은 평균 339.3㎜에 달한다.

충북의 평년 강수량(1261㎜)의 4분의 1 정도가 단 사흘간 내린 것인데, 이 중에도 청주와 괴산에는 각각 453.3㎜와 404㎜의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청주와 괴산은 지난 15일 시간당 40~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를 퍼부으며 강과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괴산 달천강은 역대 최고 수위(8.29m)를 기록할 정도로 범람 직전이었고, 상류의 괴산댐은 담수 용량을 넘어서며 물이 넘치는 월류까지 발생했다.

청주 미호강 역시 홍수 심각 단계까지 몰리며 일부 제방이 터지는 등 최악의 물난리를 예고했다.

하지만 관할 자치단체 등 재난당국의 대처는 너무도 달랐다.

◇괴산댐 월류 '기민한 대응' 빛났다

2 발생한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괴산댐.(자료사진)/뉴스1
2 발생한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괴산댐.(자료사진)/뉴스1

괴산군은 달천강(목도교)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4일 오전부터 주민 대피를 준비했다. 홍수경보로 격상된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주민을 대피시켰다.

달천강 수위가 역대 최고인 8.29m를 기록했던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에는 주변 불정면, 감물면, 장연면 마을 1280여가구 주민 대부분이 몸을 피한 상태였다.

괴산댐 월류 당시 대처는 더 극적이었다. 괴산군은 물론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괴산수력발전소 등 관계기관의 공조와 적극적인 대응이 빛났다.

괴산수력발전소는 괴산에 100~250㎜(최대 350㎜) 비가 예보된 지난 13일 오후 6시부터 자체 C급 비상을 발령하고 대비했다.

또 지난 15일 오전 3시26분 B급, 오전 4시 A급으로 격상하며 비상대응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14일 오전 3시30분부터는 댐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저수를 전량 방류했다.

하지만 엄청난 유입량으로 지난 15일 오전 3시42분 상시만수위(135.65m), 오전 5시5분 계획홍수위(136.93m), 오전 6시16분 월류수위(137.65m)를 넘겼다.

괴산수력발전소는 월류 2시간 전인 지난 15일 오전 4시21분 괴산군에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정보 전파로 괴산군의 대비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괴산군의 대응은 기민했다. 댐 아래 외사리와 송동리를 비롯해 하류 지역 32개 마을로 공무원들을 직접 보내 주민을 대피시켰다.

또 면사무소 직원들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괴산군은 오전 5시 전 직원에게 비상소집 명령을 내리고 군청 직원들을 각 마을로 급파했다.

괴산군 칠성면 신미선 면장과 직원 2명은 괴산댐 아래 외사리와 송동리 주민을 대피시키다가 다리가 잠기면서 하루를 주민과 고립되기도 했다.

외사리에 사는 김한종씨(85)는 "새벽에 사이렌이 울리고 밖에서 면사무소 직원들이 사방으로 뛰며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해서 얼른 피했다"며 당시를 전했다.

경찰은 물론 민간의 공조도 빛났다. 한 주민은 "목도강(달천강)이랑 괴산댐 가는 길목을 경찰관과 자율방범대가 나와 모두 통제하고 지키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막아야 한다' 뭉개진 절박한 경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괴산댐이 월류하고 달천강이 범람 위기를 맞았던 비슷한 시각 '오송 궁평2지하도 침수'를 불러온 청주 미호강 역시 홍수경보와 함께 범람이 목전이었다.

곳곳에 위험을 알리는 절박함 외침도 많았다.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시점은 지난 15일 4시10분이다. 발령서를 충북도와 청주시, 청주시 4개 구청 등에 전달됐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6시34분 미호천교가 계획홍수위에 근접하자 청주시 흥덕구청 건설과로 위험을 알리며 홍수에 대비하라고 전화로 연락까지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청주시는 주변 도로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 특히 금강홍수통제소 경고를 관할인 충북도에 전파조차 하지 않았다.

또 다수의 차량 통제 요청 등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미호강 제방 붕괴와 범람 사실을 확인한 소방이 청주시에도 상황을 알렸으나 이 역시도 허사였다.

흡사 방음벽에라도 외치는 것처럼 절박한 외침은 청주시에서 모두 차단됐다. 대응과 조치는 고사하고 상황 전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청주시에서 뭉개진 것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뭉개진 경고와 절박한 외침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인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참사'를 불러왔다. 사고는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이주호 세한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기관 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도 중요하지만, 공유한 정보를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의 적고 많음의 문제를 떠나 재난이 예상되는 문제를 발견하거나 경험했을 때 더 적극적인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충북도 제공).2023.07.16./뉴스1
15일 폭우로 인해 침수되는 충북 청주시 오송궁평지하차도 .(충북도 제공).2023.07.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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