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회의장과 여당 의원이 불륜 관계가 들통나는 바람에 동시에 물러났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여당 인민행동당(PAP) 소속 탄 추안 진 국회의장과 쳉 리 후이 의원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 2월 당사자들에게 경고했음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다면서 PAP가 오랫동안 지켜온 높은 행동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고 탈당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둘의 부적절한 관계가 2020년 총선 이후에도 이어져왔다면서도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유부남인 탄 추안 진 국회의장은 “아내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했고 정치에서 물러나 가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쳉 리 후이 의원은 미혼이다. 2015년부터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사임하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1965년 독립 이후 모든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장기 집권 중인 PAP는 위기를 맞았다.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 호텔·부동산업계 거물인 옹벵셍의 범주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최고위 공직자가 부패 혐의에 연루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설상가상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PAP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져 싱가포르 사상 최초로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PAP는 2020년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자당(WP)에 전체 93석 가운데 사상 최대인 10석을 내줘 사실상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셴룽 총리는 다음 달 1일까지 새 국회의장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의회는 정치적 영향력이 전혀 없는 명예직일 뿐이며 실질적인 모든 권한은 총리가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