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타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엄벌에 처한다.
자동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칠 수가 있다.
음주운전으로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전동 킥보드나 자동차나 똑같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처벌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만취해 전동 킥보드를 몰다 60대 여성을 들이받은 운전자가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 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동 킥보드 운전자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앞서 2020년 10월 9일 서울 광진구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뒤 전동 킥보드를 몰다 마주 오던 60대 여성의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이 여성은 추돌 후 바닥으로 넘어졌고, 곧장 응급실로 이송됐다. 엉덩이 타박상 등을 입어 2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사고 당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 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특가법 제5조의 11(위험운전 등 치사상)에 따라 A 씨가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킥보드를 몰아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를 인정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음주나 약물 영향으로 자동차 등을 운전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만일 사람을 죽게 하면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전동 킥보드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는 만큼, 재판부는 자동차와 동일한 법 적용이 가능하다 본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2020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근거로 항소했다. 음주운전 적발 시 전동 킥보드는 이제 자전거에 준하는 수준의 처벌을 받는데, 특가법 적용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A 씨 말대로 당초 도로교통법 제148조 2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 중 혈중 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인 자는 징역 1년 이상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었으나, 2020년 6월 일부 개정된 법이 그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처벌 규정이 달라졌다.
전동 킥보드 운전자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 신설됐는데,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로 취급해 음주 후 이를 운전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는 것(동법 제156조)으로 형량을 완화했다. 자동차와 비교하면 전동 킥보드의 위험도가 낮다는 이유에서 자전거와 같은 법 적용을 받게 한 것이다.
A 씨는 특가법 위반죄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는 음주운전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고, 특가법상 위험 운전치사상죄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두 법이 규정하는 범죄행위 자체가 다를 뿐더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죄는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고 특가법은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취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전동 킥보드의 음주운전을 자전거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해서 킥보드의 운전자가 당연히 특가법 적용에서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 "A 씨는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해 전방 주시력, 판단력이 흐려져 도로교통법상 주의 의무를 다할 수 없거나 운전에 필수적인 기계장치의 조작 방법을 준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A 씨가 범행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특가법 제5조의11 제1항의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 씨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전동 킥보드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낸 사고로 타인이 사망한 사례는 2020년 10건에서 2021년 1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5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