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공무원들이 “현재 시스템으로는 매년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송 참사가 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네티즌은 “현재 공조직에서 안전 관련 부서는 기피 1순위다. 주말, 새벽 출근은 일상인데 초과근무 수당은 시급 1만 원이라 월급 300만 원도 못 받는다. 다른 공무원들과 비슷한 월급 받고 일 잘해야 본전이고 사고 나면 감옥에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2년만 해도 그런 부서는 안 가려고 한다. 일 잘해서 평판 좋은 사람은 당연히 피하고, 운 나쁘게 그 부서를 가도 1년 만에 탈출하려고 다들 애쓴다. 정 안 되면 휴직한다. 그리고 로테이션도 빠르니 업무를 1년 이상 해본 사람도 많이 없고 인수인계도 잘 안 된다”고 부연했다.

글을 쓴 네티즌은 “결국 2년 간 전보가 제한되는 신규 발령자가 그 자리에 간다. 신규 때는 메뉴얼이 있어도 실수가 많다. 인원이 부족해서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다들 한계까지 여러 업무를 하기 때문에 남의 일은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팀 과장도 탈출할 생각 뿐이라 잘 모른다. 결국 귀책사유 없이 완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바로 감옥에 간다. 설령 완벽하게 대응을 한다고 해도 그때부터는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 휴직, 감옥 중 하나다. 참사가 안 날 수가 없는 구조다. 진짜 전문가한테 맡겨도 어려운 건데 대졸 초임한테 맡기면 이게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겠냐. 행정은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올 거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 역시 해당 글에 “심지어 그 1만 원도 덜 주려고 11시부터는 무급이다. 주말도 4만 원만 준다. 다들 휴직계 내고 도망가고, 신규는 울다가 탈주한다. 참사가 일어나길 물 떠 놓고 빌고 있는 수준이다. 매년 반복될 듯싶다. 메뉴얼이 생기면 뭐 하냐”며 공감하는 의견을 남겼다.

앞서 다른 공무원 역시 “이번 사고로 피해자들도 안타까지만 계속 집 못 가고 재난 대비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불쌍하다. 특히 사고 업무 담당자, 전부 공무원들 욕하며 책임지라고 하는데 오송읍 전체에 시설관리 담당자는 1명이다”라며 업무 부담을 떠 앉는 공무원 구조를 지적했다.

글을 쓴 네티즌은 “그것도 이것보다 더 업무량 많은 2~3개 업무랑 같이 한다.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못 막는다. 지하차도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침수됐다고 전화 오고 정신없는 상황에 예측이 어렵지, 전문가들은 ‘미리 했어야 한다’고 하는데 누가 그런 말 못 하냐. 결과론적으로 그 자리는 사고 예방이 났을 때 책임지고 처벌받기 위한 자리다. 담당자는 파면되고 감옥 가야겠지만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항상 말단 공무원만 불쌍하지”, “재난 관련 문제는 따로 청을 만들고 지역마다 전문 인력으로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 “요새 말단 공무원들 휴직 많더라”, “진짜 윗사람이 책임을 지면 좀 바뀌려나”, “이렇게 계속 말해야 조금이라도 바뀔 듯”이라며 댓글을 남겼다.

한편 지난 15일 아침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버스 등 차량 19대가 물에 잠기는 사고가 일어나 14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경찰청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홍수 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와 충북도청·청주시청·흥덕구청 등 담당 지자체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