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4~5명 구하고 되돌아간 버스기사…결국 120m 떨어진 곳에서 시신 발견

2023-07-18 10:44

오송 지하차도에 고립됐던 50대 버스운전 기사
승객 4~5명 구해…“창문 깰 테니 빨리 탈출” 말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 고립됐던 버스를 몬 50대 운전기사가 승객들을 구한 뒤 남은 승객을 구하려 다시 버스로 돌아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버스 운전기사 A씨(58) 유족은 17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네댓 명을 먼저 탈출시키고 (남아있는 승객을 구하기 위해) 버스로 다시 돌아와 창문을 깼다. 형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은 대응을 잘했는데도 버스가 (그쪽 지하 차도로) 우회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장례를 잘 치르고 승객들이나 가족들과도 얘기를 나누려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A씨는 지하차도에 물이 휩쓸려 들어오면서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자 승객들에게 "창문을 깰 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버스에 탔다가 숨진 여성의 유족은 "같이 여행 가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기사가 창문을 깨고 빨리 탈출하라고 했다'고 말한 뒤 끊었는데 그 뒤로 통화가 안 됐다더라"고 증언했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앞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6만t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차량 16대가 잠기는 참사가 발생했다.

실종 신고된 12명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마지막 1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지하차도에서 숨진 사망자는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버스 운전기사 A씨의 시신은 지난 17일 지하차도 입구에서 12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A씨가 운전한 747 급행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던 전기버스다. A씨의 동료들은 고인이 가정적이고 성실했으며 봉사를 생활화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동료기사 최 모 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새벽 5시 반 출근인데 3시에 먼저 와서 사무실 청소를 하던 친구"라며 "10년 전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현재 A씨가 소속된 운수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home 구하나 기자 hn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