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져 전국 곳곳에 피해가 속출한 지난 주말, 홍준표 대구시장이 골프를 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참변에 모두가 마음을 졸일 때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여유를 즐겼다며 대구시민들은 분노했으나, 홍 시장은 "주말은 자유"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대구참여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골프 논란' 관련 홍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서에서 "지난 주말 집중 호우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참변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마음을 졸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홍 시장은 골프를 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 안전을 안중에 두지 않는 시장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또 "전국 각지, 특히 이웃 경북에서 참변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구시민을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시장이라면 대구에는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으니,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며 촉각이 곤두서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폭우에 골프 치러 간 홍 시장,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해당 사태를 알렸다.
홍 시장은 전국적인 물난리가 난 지난 15일 지인과 함께 대구 팔공산 인근의 한 골프장을 찾아 라운딩을 즐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 탓에 1시간 정도 머물다 골프장이 폐쇄돼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대구시는 14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서 가동하고 있었다"며 "대구에서 실종자 1명이 발생하고 (인근 지역인) 경북에선 무려 3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상황실에 앉아 있어야 할 시장이 다음날 골프장에 갔다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라며 홍 시장의 행동을 꾸짖었다.
이어 "국무총리는 공직기강팀에 즉각 명령해 홍 시장에 대한 직무 감찰을 해야 한다. 홍 시장은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황이 일파만파 커지자,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주말 개인 일정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그건 철저한 프라이버시"라며 "대구시는 지금까지 수해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 되고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구에 있었던 수해 인명사고는 15일 오후 4시 8분쯤 출입제한 조처를 한 도심 하천 팔거천에 60대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가드레일을 밀치고 무단으로 강가에 들어갔다가 미끄러져 빠진 사고"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골프장에 있었던 시간 이후 인명 사고가 났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오후 대구지역 현안 논의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를 찾은 홍 시장은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도 여전한 입장을 고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면담 후 취재진을 만난 홍 시장은 '골프 논란' 관련 "트집 잡은들 나는 전혀 상관치 않는다",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 떼처럼 덤빈다"라고 말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홍 시장은 골프 나들이를 나간 것을 두고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스럽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관용차 사용 의혹에 대해선 "개인 활동 할 때는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 차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 치는 동안 (지역 상황 관련) 실시간 보고를 받았냐?'는 질문에 홍 시장은 "실시간으로 보고할 상황이 없었다. 골프 치는 동안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사항 자체가 없다. 대구시에 상황 자체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골프를) 그만두고 난 뒤, 집에 와 있을 때 팔거천 사고 보고를 받은 것"이라며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 떼처럼 덤빈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무슨 거기에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이냐? 난 그런 처신한 일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