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호사가 간이식 수술 후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에게 벌인 행동이 누리꾼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5일 유튜브 '지지구보꾸earthtory' 채널 운영자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영상이 확산했다.
인스타그램 '김지구' 계정을 운영 중인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오늘 유튜브에서 소아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의 브이로그를 보고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서는 이 글을 쓴다"며 "지구가 11월 1일에 간이식 수술을 하고 소아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지구 소식을 기다리는 제 마음은 ‘애가 탄다’는 표현으론 턱없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혼자 있을 지구 걱정에 하루가 일 년 같은 시간들이었다. 소아 중환자실 담당 선생님께서 매일 면담 전화를 주셨는데, 휴대폰에 PICU라고 저장해 둔 이름이 뜰 때마다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해져 PICU 입원 한 달이 되어야만 짧은 면회가 가능했다"며 "그래서 카톡이 깔려 있는 휴대폰 공기계를 전달해 드리면 아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보호자들을 위해 담당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페이스톡을 해주셨다"고 알렸다.
다만 그는 "처음에 의식이 흐릿할 때는 괜찮았는데 나중엔 화면 속 엄마를 보고 너무 우는 탓에 그냥 사진과 동영상만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었다"며 "수술 3일 차 정도 되던 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지구와 병동에 있을 때 유용하게 쓰던 베이비캠 어플 알람이 왔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그는 "지구가 저에게 텔레파시를 보낸 걸까요?"라며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쳤을 알람을 홀린 듯 확인하며 어플을 켰는데, 화면 속에 지구가 보이는 거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얼떨떨한 와중에 지구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어 일단 화면 녹화를 했다. 분명히 베이비캠 어플을 종료하고 전달했는데, 아마 휴대폰을 조작하시던 중 실수로 어플이 켜져 카메라가 활성화되었나 보다"고 추측했다.
이와 함께 작성자가 공개한 영상에는 보호자와의 영상통화 및 동영상 전송을 위해 둔 휴대폰에서 베이비캠 앱이 켜져 실시간으로 녹화된 영상이 담겨 있다.
영상 속에는 한 간호사가 아이에게 "지구(아이 이름), 이거 기억 나?", "이거 지구 병동에 있었을 땐데...", "지구 아빠 알아?" 등 수술 전 사진과 가족들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가 가족들을 잊지 않도록 계속 상기시켜 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히 영상 속 간호사는 "아빠랑 엄마가 지구 빨리 나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대", "지구 너무 예쁘다", "너무 귀엽다 진짜", "지구 사랑해", "사랑해요" 등 끊임없이 아이에게 '예쁘다', '사랑한다' 등의 말을 했다. 또 그는 "아까 테이핑(?)하는데 지구 너무 힘들어했어. 미안해" 등 치료로 인해 힘들었을 아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두 눈을 꿈뻑거리는 지구 곁에서 '예쁘다' '사랑한다' 수십 번 말씀해 주시던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 "그날 밤, 몇 분짜리 녹화된 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는 모른 척 틈틈히 지구 뭐 하고 있나 소리라도 들어볼까 하는 욕심도 들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로 앱 켜졌으니 종료해달라고 말씀드렸다"며 그 이유에 대해 "믿고 따라야 할 의료진들께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상처를 드려선 안 되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구 계정을 쭉 봐오셨다면 기억하실 거다. 매일 같이 바뀌던 지구의 헤어스타일과 하트 모양으로 잘라둔 콧줄 고정 테이프, 일반병동으로 전동하는 날 건네주신 지구 사진이 담긴 액자, 그리고 숱한 동영상에 담긴 선생님들의 사랑 가득한 목소리"이라며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부모의 역할도 같이 수행한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작성자는 "최근에 병원에서 우연히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을 마주친 적이 있다. 이제는 아주 건강하고 예뻐진 지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어루만져 주셨다"며 "저희는 얼굴도, 성함도 모르고 제대로 된 감사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한 게 어찌나 아쉽고 죄송하던지"라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물론 저도 상처받은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 이 사회 어딘가에선 의료진의 아동 학대, 무책임하고 사악한 의료사고 은폐 등...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일어나고요"라면서도 "저는 한낱 평범한 애기엄마지만 이런 일에 분노함과 동시에 대다수의 존경스러운 의료진들께, 고통받는 작은 생명들을 위해 굳건한 사명감으로 제 몸 갈아 넣어가며 일해주시는 아주 귀하고 훌륭한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를 돌봐주셨던 수많은 의료진분들이 한 분 한 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자식 일이라면 헤헤 웃다가도 부지불식간에 서슬 퍼렇게 돌변하는 게 부모라 몸 고된 것에 더하여 마음까지도 고생이 많으실 소아과 의료진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선생님들께 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이 함께하기를"이라며 "온 진심을 담아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작성자는 "비록 질병과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던 지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받은 사랑이 지구의 삶 전반에 크나큰 힘이 되어줄 거라,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거라 믿는다"며 "이 영상을 공유하기까지 참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올리기로 결정한 건 우리 선생님들께 소중한 자녀들을 믿고 맡기셔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영상을 공개한 이유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의 진심이 닿기를, 부디 이 영상으로 인해 의료진들께 피해가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끝으로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아가들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보호자 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응원과 기도를 보탠다"고 글을 마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바쁜 와중에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멋지고 아름답다", "아침부터 눈물은 힘든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이구나 이런 분들이 더 많으시겠지", "소아과 의사, 간호사들은 진짜 존경한다", "나이 드니까 이런 거 보면 자꾸 눈물이 나냐 왜",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건데 절대 당연한 건 아니고, 직업의식을 떠나서 정말 마음이 고우신 분인 듯", "지금 탕비실로 대피해서 눈물 참는 중", "아가야 꼭 건강하렴", "회사에서 통곡할 뻔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이 진심으로 묻어나네..", "아가 힘내라. 건강해야 돼", "진짜 존경스럽고 멋있다", "내가 울컥하는데 지구엄마는 얼마나 많이 우셨을지 가늠이 안된다 근래 본 영상 중에 제일 감동적이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