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잘 안 씻는다는 편견, 많이들 갖고 있을 것이다. 어학연수나 유학 등 해외 생활 도중 중국인 룸메이트와 한방을 써본 사람들은 이런 얘기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일 1 샤워가 당연시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며칠에 한 번씩 몸에 물을 끼얹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낯설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지방 도시에서 이런 인식을 강화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해 현지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13일 연합뉴스는 쓰촨일보 등 현지 매체의 보도를 빌려 중국 중남부 쓰촨(四川)성의 한 지방 도시가 황당한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쓰촨성은 지난 4∼5월 수원이 고갈돼 곳곳에서 용수 부족으로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었다.
이에 량산현은 지역 주민들에게 절수를 당부하면서 "목욕은 매달 2∼4회가 적절하다"고 밝혀 누리꾼들의 조롱을 받았다. 량산현은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와 윈난(雲南)성 성도인 쿤밍(昆明)의 중간 지점에 있는 도시다.
쓰촨은 작년에도 6월부터 수개월 동안 수은주가 40도를 넘나들며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기간 폭염을 겪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 당국의 이런 공식 발표는 자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중국인들의 위생 관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중국 사람들이 잘 씻지 않았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환경적인 요인 탓이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 등 이웃 나라에 비해 기본적으로 수자원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빠 전통적으로 목욕 문화가 크게 발달할 수 없었다. 특히 한국 이상으로 겨울이 매우 건조한 북부 지역은 오래전부터 물이 귀했고 추운 기후 탓에 매일 샤워를 하기가 힘들었다. 발전도상국가라 많은 지역에 온수 공급이 되지 않아 기온이 낮은 지역은 매일 샤워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가진 미신의 영향도 있다. 중국에는 '머리를 자주 감으면 복도 씻겨 나간다'라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이런 믿음 때문에 수험생들은 시험 기간에 머리를 감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행운이 날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너무 자주 목욕하면 피부의 유익한 유분마저 모두 씻겨 나가고 피부가 쉽게 거칠어지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당연히 모든 중국인이 잘 안 씻는 건 아니며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 목욕에 대한 거부감도 과거형일 뿐 최근에 와서는 도시를 중심으로 위생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
중국인들도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전역의 온천들 가운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휴가철이 되면 몰려드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특히 후이족이나 위구르족은 청결함을 중시하는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중국 내 비모슬렘 민족들보다 씻는 문화가 발달했다. 단지 물 부족 때문에 그냥 평범하게 씻는 정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