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오간 '회사부심' 글과 댓글이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갈무리돼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국내 대표 자동차업체에 다니는 한 직원 A씨는 블라인드에 "학벌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 공부할 수 있을 때 너가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하라고 말씀 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그래도 매 순간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부모님"이라고 올렸다.
그러자 "어느 정도 학벌이길래 이런 글 쓰지?"라고 댓글이 달렸고, 이어 A씨는 "음..OO차 사무직이야. 답이 좀 됐으려나?"고 답했다.
이후 같은 회사의 또 다른 직원 B씨도 '아침에 눈뜰 때마다 매번 놀라는 것'이란 제목으로 '회사부심'으로 가득 찬 속마음을 절절히 써 올렸다.
그는 글에서 "내가 국내 1위, 세계 3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의 일원이라는 것. 직업이 무엇이냐 물으면 '회사 다녀요'가 아닌 [OO차 다녀요]라는 자랑스런 답을 할 수 있다는 것.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런 하루하루가 꿈이 아니라 매번 이어지는 현실이라는 게 오늘도 나를 놀라게 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직업이 의사인 한 네티즌은 "OO차 타이틀에 기 눌려서 댓글 달기도 힘드네"라는 엄살 낀 반응을 냈고, 한 변호사 네티즌은 아예 이 의사에게 "어디 겨우 의사 주제에"라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자 OO차 직원인 C씨도 의사에게 "어이 청진기"라며 유쾌한 호칭을 달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처럼 대화 참가자들 간 '회사부심' 얘기가 무르익자, 새로운 '회사 자랑' 글이 또 올라왔다.
L화학에 다니는 한 직원은 '여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라는 제목에 "내 회사 타이틀에 기 안 눌리고 나 만나볼 여자 있어?"라며 호기를 부렸다.
그러자 의사인 듯한 네티즌은 "아 이런 글 너무 좋아"라고 답을 보냈고 국책은행 직원은 "프레스로 눌러버리고 싶다"며 호응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OO차 직원 D씨는 앞서 동료 직원이 한 것 처럼 "어이 바때리"하며 친근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 대화 외에도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서 하루 전 블라인드에 올려진 '회사 타이틀' 관련 글과 대화 내용도 함께 소개됐다.
전력회사 직원 A씨는 "OO전력회사 다니는 나와 결혼해서 인생 피고 싶은 사람 댓글 달아라"고 하면서 밑에 "자기소개 적어놔"라며 자신만만해했다.
또 몇 분 뒤에는 추가글을 다음과 같이 써 놓기도 했다.
"서울대가 뭐 대단함? 나 고졸인데 서울대도 내 밑에서 일함. 후배로 보니 서울대도 별거 없더라."
이 내용들을 접한 네티즌들은 "드립이라 생각한다"며 대체로 즐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댓글에는 "유쾌하다" "킹차 갓무직(OO차 사무직)은 드립이죠" "드립 너무 좋습니다" "삼전, 하닉 따위 개무시 당하는 블라군요" 등 나름 쿨한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정색하거나 위화감을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다니는 회사에 자부심이 있으면 좋죠. 다만 그런 건 블라인드에서만 표현하길..." "OO차와 전력회사 아저씨들은 찐인 거 같네" "술자리나 클럽에 사원증 걸고 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넘어온다느니 하더라" "맞아. 괜히 OO차 잠바때기 입고 나이트 가는 게 아니다" "이룩한 업적이 취업이라서..." "몇몇은 드립이 아니라 진심일 거 같아 무서워요" 등의 뼈(?)있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