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형사가 보낸 진심 어린 응원의 한마디에 굳게 닫혀 있던 소년범의 마음이 열렸다.
최근 제주서부경찰서로 정성 어린 손 글씨가 빼곡히 적힌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제주소년원에 수감 중인 A군이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 소속 임준일 경사에게 보낸 편지였다. 이 소식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많은 네티즌을 감동하게 했다.
A군과 임 경사의 남다른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11일 조선일보를 통해 전해졌다.
A군이 쓴 편지에는 임 경사를 향한 존경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언뜻 보면 꽤 오래된 인연 같지만 사실 이들은 지난달 초 소년원 조사실에서 딱 한 번 본 사이였다. 당시 임 경사는 촉탁 수사(타지역 수사기관에 일정한 사실의 수사를 의뢰하는 것, 일종의 공조수사) 의뢰를 받고 A군을 조사하러 갔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
임 경사와 A군의 첫 만남은 특별했다. 임 경사는 무조건 취조부터 하는 다른 형사들과 달랐다. 그는 덩치가 큰 A군에게 "나도 운동 좋아한다. 벤치프레스 얼마나 치냐"라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임 경사의 친근함에 마음을 연 A군은 스스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임 경사가 A군에게 더 마음을 쓴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매체에 따르면 임 경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크며 힘들게 입직했다. 그는 트럭 운전과 막노동을 전전하며 공부를 병행했고 18수 끝에 경찰에 임용됐다. A군도 비슷했다. A군은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것으로 전해졌다.
A군에게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본 임 경사는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서 나가면 뭐 할 거냐", "여기는 멈춰 있는 시간이다. 껄렁껄렁한 걸음걸이와 나쁜 친구 모두 이곳에 두고 나가라", "어떤 아버지가 될지,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사회에 이바지할지 생각해 봐라"라고 했다. 사건 조사는 20분 만에 끝났지만 이들의 대화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또 임 경사는 A군의 진로 상담까지 해줬다. 그는 스포츠 지도에 관심 있다는 A군에게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너 스스로 깨끗해야 한다"라는 따끔한 한마디도 보탰다.
특히 A군의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을 활짝 연 것은 임 경사의 남다른 눈썰미였다. 그는 A군의 노력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는 조사 때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쓰는 A군에게 "글씨를 왜 이렇게 잘 쓰냐"라며 "뭐든지 도전해 보라"라며 격려했다. A군은 당시 글씨 연습을 하며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A군의 마음속에는 작은 변화가 일었다. A군은 조사 한 달 뒤 임 경사에게 손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저는 어렸을 적부터 비행을 일삼고 삐뚤게 살아왔습니다"라며 "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것에 대해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라며 감사해했다.
이어 "한 번밖에 뵙지 못했지만 나가서 꼭 성공해서 좋은 곳에서 뵙고 싶습니다"라며 "형사님은 제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멋있으시고 본받고 싶은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날씨가 더워졌는데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항상 힘내십쇼! 임준일 형사님 사랑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