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항공사에서 혼자 탑승한 어린이 승객 옆자리에 성인 남성만 못 앉게 하고 있다는 전직 승무원의 주장이 나와 논란을 불렀다. 온라인에선 남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거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그런데 항공사들의 남성 승객 낙인찍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전직 승무원이자 유튜버 김수달이 지난해 7월 올린 영상이 공유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스튜어디스 출신인 김수달은 영상에서 "비행기에 남자는 절대 못 앉는 좌석이 있다"며 "누구나 돈만 내면 (어떤 좌석이든) 구매할 수 있지만 이 좌석은 조금 특별하다. 여자나 아이는 앉을 수 있는데, 남자는 앉을 수가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좌석은 바로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의 옆자리"라며 "부모 없이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가 간혹 있다. 일반 항공권보다 금액을 조금 더 지불하면 항공사 직원이 입출국을 모두 도와줘 혼자 여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어린이 옆에 남자 승객은 앉을 수 없다. 만석이면 같은 어린이나 여성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남성만 착석이 제한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이 같은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항공사가 그런 경우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성인 남자가 혼자 있는 미성년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상당히 위험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김수달은 "실례로 예전에 성인 남성이 공항에 혼자 있는 어린이한테 말을 걸었는데, 그걸 보고 어떤 미국 손님이 저희에게 와서 신고했다"고 전했다.
남성 역차별적인 항공사 규정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주로 남성 누리꾼들은 '모든 남성을 예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여성 누리꾼들은 "선진국에선 어린이에게 말 건 남성이 신고 당한다. 한국 남자로 태어난 걸 감사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항공사마다 다르겠지만,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어린이 옆자리를 비우거나 여성 승객에게만 제공하는 게 원칙은 아니다. 어린이 승객이 혼자 타면 승무원들이 케어하기 쉬운 복도 쪽으로 좌석을 배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했다.
과거 국내에서는 비슷한 이슈가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의 요구에 따라 2014년부터 '기내 소란과 흡연, 폭행, 성적 수치심 유발 행위,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및 전자 기기 사용 기준 위반은 항공보안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돼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로 비행기 이륙 전에 방송했다.
전체 승객이 적용 대상이었지만 남성 승객이 주 타깃임은 분명했다. 기내 방송 문구에 대한 남성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성희롱 말라"고 경고하는 항공기 기내 방송이 승객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고, 해외 승객에게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잡음이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는 2016년 국적 항공사들이 항공기 이륙 전에 방송하는 기내 방송 문구에 '흡연, 전자기기 사용 기준 위반, 업무방해 금지' 등 승객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할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 문구는 항공사 자율에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