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동남아·일본 등 해외로 향하면서 제주 여행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비상에 걸렸다.
해외여행 활성화와 고물가 논란이 겹쳐 주요 고객인 내국인 관광객 숫자가 줄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36만 3736명(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72만 6657명보다 5.4% 줄었다.
감소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등 해외 관광이 재개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는 폭발했다.
특히 가까운 일본이 인기다. 지난 5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은 51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고물가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관광객 실태조사에 제주 방문객 중 불만족 사항으로 '물가가 비싸다'고 응답한 비중이 53.4%로 높았다.
국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로 갈 돈이면 동남아 가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비용에 별반 차이가 없어, 동남아로 향하는 국내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게다가 엔화도 저렴하다 보니 제주도로 향하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2일 중앙일보에 밝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위 '옛날 과자 7만원' 논란이 불거지면서 '바가지요금'이 재조명받고 있다.
제주는 사실 바가지요금이 관광경쟁력을 해치는 고질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인터넷에 '제주도 바가지', '제주도 밥값'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사연이 수없이 쏟아진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4만 5천 원짜리 갈치조림을 주문했는데 밥이 안 나오더라. 물어보니까 밥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네 식구가 흑돼지 전문점에서 밥을 먹으면 고기 4인분만 먹어도 10만 원이 넘는다. 밥이랑 이것저것 시키면 한 끼에 15만 원 쓰는 건 우스운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주도의 유명한 음식으로 불리는 흑돼지, 갈치 등의 메뉴는 매년 높은 가격을 보인다. 음식점들의 치열한 손님 유치 경쟁 속에 가격만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음식값뿐만 아니라 렌터카 문제도 매년 바가지요금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이러니 제주도 갈 바에 동남아 간다고 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가긴 하는데, 갈 때마다 손해 보는 기분이다", "진짜 제주도 밥값은 미친 거 같더라", "제주도는 항공권 빼곤 다 비싸다", "솔직히 제주도 바가지요금 선을 넘은 지 오래전이다. 3인 가족이 다녀오는 비용이 절대 국내 여행가 아니고, 현지 식당 알아보고 가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숙박은 관광지치곤 저렴한데, 음식값은 비싸더라" 등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도의회가 관광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9일 한동수 제주도의원은 도내 관광 물가안정 및 미풍양속을 개선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관광지 물가 실태를 조사해 제주지역 물가가 실제로 타지역 또는 해외 관광지보다 높은지 등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제주 관광 물가에 대한 일부 오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가지 논란이 제주도에 파급되는 것을 이른 시일 내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례 발의 배경을 밝혔다.
다만 바가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업체에 대한 제재 방안이나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