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재난 현장에 걸림돌이 되는 의전 문제가 이제야 사라질 전망이다.
현장 수습에 나선 공무원 등 인력은 대통령이나 장·차관 등이 현장에 방문해도 앞으로 지원과 의전을 맡지 않는다.
정부가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에 따라 재난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28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VIP 의전'에 관한 부분을 삭제하라고 최근 각 부처에 전달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현장 인력이 일명 VIP로 통하는 주요 인사 의전을 하느라 사고 수습을 뒷전으로 하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재난 현장에서 주요 인사의 현장 방문 지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내부 회의 때마다 나왔다"며 "재난 대응에선 신속하게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 역량이 의전 등 다른 쪽으로 소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속해 얘기가 나왔고, 이에 각 부처에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현장에서의 요란한 의전 문제는 늘 여럿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할 인력이 '높으신 분'에게 현장을 안내하고 사고를 브리핑하는데 동원돼 제때 대응을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VIP 방문이 오히려 수습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2021년 8월 경기도 한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은 이런 정치인들의 현장 방문 문제를 비판, "재난 현장에는 단장님, 서장님, 본부장님 등 현장을 잘 아는 (간부)직원들이 많이 있다. 정치인이 방문하면 의전을 비롯한 사진 촬영 등으로 직원들이 현장 활동하는데 방해만 된다. 불필요한 재난 현장 방문보다 (소방) 직원들이 사고 났을 때 처우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같은 해 6월, 기초의회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과도한 의전을 요구해 뭇매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