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1억3천만원, 한 달 식비 3만원 이내로 라면만 먹어... 너흰 절대 빚 지지마” (+인증)

2023-06-27 18:38

“열심히 원금 줄이고 있었는데 금리 인상...”
“술·담배·유흥·게임 끊었는데 결국 식비마저...”

1억원이 넘는 빚을 갚기 위해 한 달 식비 3만원으로 생활 중인 한 독거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추레한 남성의 모습 (참고 사진) /Rachata Teyparsit-shutterstock.com
추레한 남성의 모습 (참고 사진) /Rachata Teyparsit-shutterstock.com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빚 1억3000만원 생기고 나서 한 달 식비 3만원 컷하는 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앞서 디시인사이드 내 자취·독거 갤러리에 올라온 동명의 글 캡처본이 담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낙오자 인생이라 어쩌다 보니 1억3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누구에겐 적은 돈일 수 있겠지만, 흙수저인 내겐 너무나도 큰 빚이다.

열심히 벌고 메워서 그나마 원금 줄여 이자 낮춰 놨더니 금리 인상으로 다시 힘들어졌다.

술, 담배, 유흥, 게임 같은 건 하나도 안 하고 돈만 벌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던 식비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극단의 조치로 오직 라면만 먹으며 한 달 식비 3만원 이내로 지출하고 있다.

자취·독거, 고시원, 흙수저, 편의점 갤러리에 올라오는 각자의 생존 방식을 참고하면서 정보를 얻던 중 라면만 먹으며 3년간 버텼다는 글이 생각나더라.

개당 250원 하는 사리면에 라면 수프와 달걀을 따로 사서 먹었다. 계란은 항상 넣어서 영양을 챙기려고 애썼다.

점심은 회사에서 주는데 맛이 없더라. 여기서 야채와 고기 양껏 먹으면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엄마에게 먹을 바엔 죽는 게 낫겠다고 한 오이나 가지볶음조차 먹기 시작했다.

너넨 절대 빚지지 마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옷 같은 건 엄두도 못 낸다. 구멍 난 양말이 많아서 5000원 주고 5켤레 산 게 올해 구입한 옷의 전부다.

친구도 계속 만나자고 하는 거 계속 거절하는 것도 눈치 보여서 '빚 다 갚고 나서 보자. 그땐 내가 사겠다'고 하면서 미루고 있다.

생존의 위협이 느껴지니 이 지경까지 오게 되더라. 시판 인스턴트 라면 한 봉지도 사기 힘들어지더라.

며칠 전에 국가대항전 축구 경기할 땐 정말 치킨이 먹고 싶어서 4조각 정도 사서 먹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그냥 라면 국물 끓여서 계란 하나 풀어 먹었다.

전반 5분 만에 골 먹길래 '치킨 안 사길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한 게 기억난다.

라면 사진 찍어두는 것도 나중에 빚 청산하고 나서 X 같았던 오늘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의지를 다지기 위함이다.

처음엔 이런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잘 지내니, 밥은 잘 먹고 있지?'라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거였다. 힘내자, 너흰 빚지지 마라.

글쓴이가 섭취 직전 촬영한 라면의 모습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사리면과 라면 수프 내역 /디시인사이드
글쓴이가 섭취 직전 촬영한 라면의 모습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사리면과 라면 수프 내역 /디시인사이드

실제로 글쓴이가 첨부한 인증샷을 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리면·라면 수프·달걀을 구입한 내역과 먹기 직전 그릇에 담긴 라면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좀 대단하다. 이 정도 뚝심이면 훗날 뭐가 되든 크게 될 듯" "나 빚 있을 때 2교대 주 7일 해서 엄청나게 고생했었는데, 3년 정도 하니까 다 갚더라" "빚이 있어도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게 멋있다" "이제 돈의 소중함을 배웠기 때문에 빚 청산하더라도 과소비는 안 할 거다. 인생 큰 경험 했다고 생각해라. 이런 건 돈 주고도 못 배운다" "아무리 그래도 먹는 건 제대로 먹어라. 건강 한 번 무너지면 답 없다" "난 라면 좋아해서 3년 동안 자의로 하루 1~2번 먹었는데 몸에 아무런 이상 없다. 일부러 1일 1식 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사람보다 튼튼하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