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예감한 듯 아버지는...” 고 주석중 교수 아들이 남긴 글

작성일

“아버지 연구실엔 버려진 라면수프가...” 울먹
“빈소 찾아온 젊은 부부, 펑펑 울며 슬퍼해”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장남 주현영씨가 유족을 대표해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글을 올렸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주현영씨가 추모객들에게 쓴 감사 메시지를 대신해서 공개했다.

주현영씨는 글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비통했지만, 정말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 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 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19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주석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뉴스1
지난 19일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주석중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빈소에서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장례를 마치고 며칠 뒤 유품을 정리하러 연구실에 갔다고 했다.

거기서 그는 책상 아래 박스에 널려진 라면수프들을 봤다며 식사 시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 생라면을 부숴 드시고 수프만 버려둔 게 아닌가 싶었다며 가눌 길 없는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첫날 펑펑 울면서 찾아온 젊은 부부가 있었다"면서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어려운 수술이라며 모두들 기피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집도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었노라며 너무나 슬퍼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위험한 수술이라도 ‘내가 저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저 환자는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감당해야지 어떡하겠냐’고, ‘확률이나 데이터 같은 것이 무슨 대수냐’고 그러셨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지난 19일 고 주석중 교수 장례식에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9일 고 주석중 교수 장례식에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글에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어머니께 뜬금없이 하신 말씀도 전했다.

“지금껏 원 없이 살았다. 수많은 환자들 수술해서 잘 됐고, 새로운 수술 방법도 좋았고, 논문도 많이 썼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소명을 다한 듯하여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그는 "아버지는 마치 당신 운명을 예감이라도 하신 게 아닌지..."라며, "아버지의 자취가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그는 "많은 분들께서 아버지를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다"며

"아버지 가시는 길 배웅하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주석중 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주석중 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뉴스1

앞서 주석중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1시20분쯤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패밀리타운 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을 거뒀다.

그의 사망 소식에 노환규 전 대한의협 회장은 “대동맥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 중 인재로, 이런 인재는 대체 불가능하다"며 그의 죽음을 가슴 아파했다.

그는 이어 "그의 부재로 인해 누군가는 살아날 수 있는 소생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늘의 뜻이지만,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고 주석중 교수는 지난 2020년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대동맥 박리를 치료해온 결과, 수술 성공률을 약 98%까지 높였다는 연구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대동맥 박리는 찢어진 대동맥이 파열될 우려로 초응급 수술이 필요하고 수술 자체도 고난도라 치료가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