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경찰과 서울시 9급 공무원 중 직업 만족도가 어느 쪽이 높을까.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두 직업을 넘나든 한 초년병 사회인은 후자에 손을 들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 그만두고 서울시 9급 생활 후기'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시 공무원임을 인증한 글쓴이 A씨는 전직 경찰이다. 그는 "경찰 생활이 도저히 맞지 않았다"며 "교대근무 생활하다 보면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극단적 선택, 진상 민원인, 범죄 등 온갖 더러운 꼴을 다 봐야했다"고 지긋지긋했던 경찰 시절을 되돌아봤다.
그래도 일반 공무원보다는 급여가 많다고 위로하던 그에게 서울시 공무원 친구는 KO 펀치를 날렸다. 각자 원천 징수액을 까보니 고만고만했던 것.
A씨는 "경찰만큼 일하면 우리도 경찰만큼 받지"라는 친구의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대적으로 일이 널널하다로 들렸기 때문이다.
A씨는 곧바로 경찰을 때려치우고 다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경찰도 재수 끝에 합격한 그는 서울시 9급직은 3년 넘게 걸려 패스했다.
A씨는 전업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현재까지는 노(No)다.
그는 "편안한 사무 업무에 순경 시절 생각하면 귀여울 정도의 민원들, 무엇보다 교대 근무가 없다(는 게 장점)"며 초과근무가 많지만 컨디션은 훨씬 좋다"고 만족해했다.
한 달에 일주일은 오후 11시 퇴근하고 3주는 칼퇴근하니, 과중한 업무의 경찰과는 비교가 안 되는 꿀직업이라는 것이다.
사실 한달에 4분의 1을 야근한다는 건 워라벨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경찰보다는 근무 조건이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급여.
A씨는 "올 상반기(1~6월) 세전 1900만원에 세후 1700만원이다"며 "매달 출장비와 복지포인트(200만원)를 더하면 세전 2200만원, 세후로는 20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털어놨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세전 4400만원, 세후 4000만원인 셈이다. 뉘앙스가 '경찰보다 박봉이다'가 아닌 '어느 정도 된다'는 쪽으로 들린다.
"이게 뭐라고 거짓말을 하겠냐"며 급여명세서를 공개한 그는 "공무원 할 거면 행정(직)을 해라"고 조언했다. 9급이 아무리 힘들어도 경찰보다는 낫다는 주장이다.
첨부된 서류를 보면 신입 9급인 A씨가 3년 차 직원에 해당하는 3호봉으로 책정돼 있는데, 전 직장인 경찰 호봉(2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