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의 주택가에서 주차 시비 이웃을 일본도(진검)로 잔인하게 손목을 잘라 숨지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도구와 수법, 피해 부위는 물론 가해자가 무술인이라는 점도 판박이다. 당국의 도검(刀劍) 관리에 총체적인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A(77)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전날 오전 경기 광주시 행정타운로 한 빌라 주차장에서 이웃 B(55)씨와 주차 문제로 다투던 중 자기 집에서 101cm 길이의 일본도를 가져와 B씨에게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손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고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사망했다.
A씨는 과거 ‘고령의 무술인’, ‘노인 검객’, ‘태권도 할아버지’ 등으로 여러 번 방송에 소개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유명 인사는 아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일본도 난자 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23년 전 발생한 일명 '해동검도 월아천충(만화 블리치에 나오는 필살기) 사건'이다.
2000년 7월 서울 마포구 성산2동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걸어가던 C(21)씨는 휴대전화로 부인과 말다툼하던 행인 D(41) 씨가 거슬렸다.
자신에게 욕설한다고 착각한 C씨는 길이 1m가 넘는 검도용 진검을 휘둘러 D씨의 왼쪽 팔 절반가량과 오른쪽 손목을 잘랐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해동검도장의 사범으로 해동검도 3단이었던 C씨는 진검으로 볏짚 자르는 연습을 마친 후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이런 참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범행 이후 친척이 사는 미국 뉴욕으로 도피하기 위해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려다 공항에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워낙 임팩트가 컸던 사건이라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대한검도회와 검도 단체 양대 산맥이었던 해동검도 이미지를 크게 실추했다.
사건 직후 D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오른쪽 손은 신경이 절단돼 사용이 불가능했고 결국 근로 능력을 상실했다.
뒷이야기로 C씨는 자기 과시욕과 피해 망상이 강해 평소 자동차에 진검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주변에 '벨 만한 것이 있으면 아무거나 베고 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두 사건은 피해자의 피해 정도에서 차이가 날 뿐 범행 도구가 일본도였고, 가해자가 무술인이었고, 피해자의 피해 부위가 손목 등이었다는 점 등에서 닮았다.
도검은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칼날의 길이가 15㎝ 이상 되는 칼·검·창 등 흉기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소지 허가를 받는 절차는 신체검사서와 증명사진, 도검의 출처를 증명하는 서류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 중 신체검사서는 운전면허증 사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 도검의 출처 증명 절차도 허술하다.
당국의 도검 소지 허가 절차가 이처럼 엉성한 데는 '총포에 비해 살상력이 약한 데다 장식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례에서 입증됐듯 도검의 살상력은 총포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