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었다.
실제로 내부 업무에 도입된 AI가 일부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를 거의 직장 동료로 여기는 사람도 생겼다.
AI 덕에 업무 환경이 한결 수월해졌을진 모르지만, AI 시스템과 상호작용이 잦으면 정신 건강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심리학회 학술지 응용 심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AI 업무 담당 직원과 외로움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가 실려 주목받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각) 포춘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포크 만 탕(Pok Man Tang) 미국 조지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3월 실험을 통해 직장에서 AI를 활용한 업무를 하는 직원이 외로움을 느껴 불면증에 시달리고 술을 더 많이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대만, 말레이시아, 미국, 인도에서 이 실험을 진행했는데 네 국가에서 모두 같은 결과를 얻었다.
대만의 바이오의학 회사 엔지니어 166명을 대상으로 3주간 진행된 실험에서 AI 시스템과 상호작용이 많은 직원일수록 외로움, 불면증, 퇴근 후 음주 가능성이 높은 거로 나타났고, 말레이시아 기술 회사 직원 29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성인 21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에선 그룹을 나눠 실험했다. 부동산 관리회사 직원 13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절반은 AI 시스템을 많이 쓰도록 하고, 나머지에겐 3일 이상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더니 같은 그룹 내 사람들끼리 비슷한 행동 양식이 발견됐다. 다만 여기선 AI 사용 빈도와 퇴근 후 음주 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을 이끈 탕 교수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AI 시스템으로 업무가 격리된 직원은 (업무 외적인) 개인 생활에 부작용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AI 시스템과 교류가 잦은 직원은 동료를 도울 가능성도 더 높게 나타났다"며 "외로움과 사회적 접촉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고용주가 AI 시스템 작업 빈도를 제한하고 직원들에게 사교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은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AI 시스템에 사람 목소리 같은 소셜 기능을 탑재해 사람과 같은 상호작용을 모방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마음 챙김 프로그램 등도 외로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I는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이고,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에 대해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