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차 세워둘 곳이 없어 남의 집 주차장 빈자리에 1~2시간 차량을 무단으로 대 놓을 경우, 유죄일까 무죄일까?
앞으로 주택가 남의 집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차를 주인 허락 없이 한두 시간 세워 놔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단기 장치와 주차금지 표지판이 없을 때에 한해서다.
지난 6월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심 법원은 이 문제를 둘러싼 소송에서 무단 주차 피의자에게 무죄를 확정지었다.
A씨는 지난해 8월 20일 오후 1시 쯤 서울 서초구의 주택가의 한 원룸 다세대 건물 1층에 차를 주차했다.
이 건물 1층은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으로 주차 차단기나 외부인 출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이자 소유주인 B씨는 자리를 비웠다가 A씨 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출차를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A씨는 1시간 여 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가 집주인 B씨와 다퉜다.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A씨에 대해 건조물침입죄 혐의를 적용,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 사건은 법원 심리 끝에 정식 재판으로 넘겨졌고, A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재판에서 "잠시 주차한 것일 뿐 건조물(건물의 부속설치물) 침입 의사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지난해 6월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층 필로티는 형태·구조상 건조물 용도로서,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선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며, 출차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 등 A씨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A씨는 항소했다. 그는 "필로티는 침입죄 대상이 되는 건조물이 아니고, 주차가 침입이라 볼 수 없으며, 그럴 고의성도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런데 2심은 예상을 깬 판결을 내놨다. A씨 주장 일부를 맞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필로티 공간은 건조물이 맞는다"면서도 다만 "A씨 행위는 침입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차장에 차단기 등 차량 진입을 막는 장치와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없었고, 차를 빼는 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은 점에 비춰 집주인과 거주자들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3월 주거 침입죄 유무를 따지는 사건 판결에서 "주거에 들어간 행위가 바로 '침입'이라고 볼 수 없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였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1997년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에서 내렸던 대법원 판결과는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당시 초원복집 사건에서 식당 주인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라면 주거 침입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주인의 뜻' 대신 '평온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한편 남의 건물 주차장에 차량을 무단 주차해 놓고 차주가 사라진 경우에도, 법은 해당 차량을 차주 없이는 빼낼 수 없도록 돼 있다.
건물 주인이 임의로 사설업체에 맡겨 차량을 견인할 경우, 차량 훼손으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고, 경찰이나 지자체는 사유지내 무단 주차에 대한 단속권이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건물 소유주는 사전에 무단 주차를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