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 흥행 부진이 흑인 배우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데 따른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미국 내 비판적 시각에 대해 '글로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미국 전역에서 순회 공연된 뮤지컬 '인어공주'에서 같은 배역을 유색인 여성이 맡자, 현지에서 인종·외모 논란이 분출된 전력이 있는 탓이다. 한국 관객들이 '인어공주'를 외면하는 이유를 단순히 인종차별 하나로 해석하는 것은 문화적 무지에 가깝다는 반박도 나온다.
이달 초 미국 CNN은 "한국과 중국 관객들이 주연 배우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에 실망감과 의문을 표하며 작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라며 영화 '인어공주'의 흥행 부진이 인종차별적 비판에서 기인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에서 젊은 흑인 소녀들은 디즈니의 모험에 환호하는 것과 달리 한국과 중국, 일본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캐스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류가 필리핀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달리 한국, 중국, 일본에서 더욱 심하다고 덧붙였다.
CNN 보도 전에 '데드라인' 등 미국 연예 매체들도 유사한 분석 평을 내놓는 등 미국 여론은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 한·중·일 3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 '인어공주'는 국내에서 개봉 19일이 지났지만, 누적 관객은 63만여 명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1일 기준 박스오피스 순위와 좌석점유율 모두 5위권에 그친다. 관람객 평점 또한 6.47점(네이버 영화)으로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이같이 비판이 성급한 분석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2019년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 역할에 흑인 가수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4년간 전 세계에서는 다양한 논쟁이 촉발됐다. 흰 피부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원작 속 인어공주와 달리, 레게 머리에 검은 피부를 가진 배우를 뽑은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인어공주'가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과 '블랙워싱'(black washing: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무조건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는 추세)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은 국가를 막론하고 불거진 바 있다.
이번 이슈를 바라보는 미국 언론의 시각이 나에겐 관대하고 상대엔 엄격한 이중적 행태라는 반박도 나온다.
2017년 미국 전역을 순회 공연한 뮤지컬 판 '인어공주'에서 에리얼 역에 사상 최초로 유색인인 일본계 미국인 배우 다이애나 휴이(Diana Huey)가 캐스팅되자 현지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유는 딱 하나. 그가 백인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었다.
휴이는 2년 뒤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빨간색 가발을 쓰고 인어 꼬리를 단 사진이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언제부터 에리얼이 동양인이었지? 난 이걸 보러 가지 않을 거야. 원작대로 해'라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차를 두고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된 베일리에게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이것이 당신 혼자서 하는 싸움이 아니라 훨씬 큰일이라는 것을 알아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