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재외국민 특별전형' 원서 접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온라인에서 해당 전형의 기상천외한 편법 사례가 소개돼 화제다. 부모의 해외 거주나 근무로 인해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재외국민 전형은 다른 입시 전형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해 ‘금수저 전형’으로 불린다.
최근 에펨코리아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2016년 출고된 조선일보의 '사파리 왕국에서 서울대를?'이라는 제목의 칼럼 기사를 스크랩한 글이 올라왔다.
기사는 A 기자가 2017학년도 대입 수시 접수가 끝난 시점에서 아프리카 사파리를 다녀온 선배에게서 들은 얘기를 재구성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A 기자의 선배는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야생동물 천국인 사파리를 찾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기서 현지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초등생들을 만났다.
선배는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인사를 나눴는데, 예상 외로 학생들은 외교관 자녀도, 기업 주재원 자녀도 아니었다.
알고 보니 학생들이 재학 중인 학교는 학부모들이 설립자였다. 돈 많고 수완 뛰어난 학부모들이 팀을 짜서 현지에 외국인학교를 세웠던 것이었다.
미국이나 유럽도 아니고 얼룩말 뛰어다니는 오지(奧地)에 외국인학교를 지은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함정은 서울대와 연고대 등의 '재외국민전형'에 있었다. 해외에서 초·중·고 12년을 모두 다닌 학생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 능력과 교과 성적이 확인되면 인원 제한 없이 정원 외 합격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선배는 "자식 스카이 대학 보내려고 아프리카에 학교까지 짓는 재력과 노력이라면 인정해 줘야 하는 거냐"며 허탈하게 웃었다.
'기자 수첩' 형식으로 작성된 해당 기사는 A 기자가 취재가 아닌 들은 얘기를 전달한 것이어서 사실 여부는 불분명하다. 기자 수첩은 육하원칙에 맞춰 팩트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기자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는 칼럼 형식의 글이다.
다만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재외국민전형 중 특히 ‘12년 특례'는 특권계층의 국내 주요 대학 입학을 위한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재외국민전형은 고교 과정 1년 이상을 포함한 3년 이상의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학생들에게 자격이 부여되는 ‘3년 특례’와 외국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12년 특례’로 나뉜다. 12년 특례는 위 사례와 같이 초·중·고 전 교육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을 말한다.
3년 특례 전형은 대학 정원 외 2% 인원 내로 모집할 수 있지만, 12년 특례 전형은 아예 모집 인원의 제한이 없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다. 모집 인원이 고무줄이라는 얘기다.
또한 일부러 유학 나간 경우를 배제하기 위해 부모가 학생과 함께 외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할 것을 요구하는 3년 특례와 달리, 12년 특례 지원자는 부모와 관련한 자격 조건이 없다. 학생만 12년 동안 해외에서 공부한다면 부모와 동시 거주 여부와는 상관없이 12년 특례 지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대입의 핵으로 떠오른 주요 의대의 지원도 3년 특례는 물론 12년 특례도 가능하다.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12년 특례 전형은 서울대를 포함해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에서 별도의 정원 없이 정원 외로 모집한다.
2022학년도에는 △건국대 24명 △경희대 96명 △고려대 58명 △서강대 56명 △성균관대 202명 △연세대 191명 △이화여대 38명 △중앙대 76명 △한국외대 46명 △한양대 209명 등을 선발했다.
서울대는 3년 특례는 모집하지 않고, 글로벌인재전형Ⅱ(12년 특례)를 정원 외로 모집한다.
서울대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학년도 12년 특례 전형의 총지원자는 516명이고, 최종 입학자는 70명(남 39명·여 31명)이었다.
대학들이 재외국민 전형을 많이 뽑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장기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정원도 묶여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