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신(新)소비자로 급부상하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강구책을 마련 중인 기업들. 다만 그 방법이 늘 대통한 것은 아니다. 각종 작명 및 문구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의 역풍을 맞은 사례를 모아봤다.
1. 티웨이 항공 포스터 문구 논란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한 저가 항공사 티웨이의 광고 문구. 대학생을 대상으로 내걸린 광고 전단에는 '이번 학기도 (헛)수고하셨습니다. 티웨이로 떠나세요'란 문구가 담겨 있다.
해당 포스터는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제선 홍보 여름방학 여행단을 모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학생의 학업 노력을 조롱한다는 비판에 제기됐다.
해당 문구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선 "당사자가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과 제삼자가 말하는 것은 다르다. (이런 말은) 자기 비하로 해야 유머지, 남이 하면 비꼬는 것이다. 재미도 없고 센스도 없고" 등의 반응을 드러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티웨이항공은 "메인 카피는 솔직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밈'을 활용해 '유머 콘셉트'로 제작했다"라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광고물을 철거한 후 카피를 조정해 다시 제작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 이마트24 쿠키 제품명 논란
지난해 8월 신세계그룹 계열의 프랜차이즈 편의점 이마트24가 출시한 논란의 쿠키 이름. 당시 이마트는 자체 판매(PB) 상품으로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 '연차 반차 녹차쿠키', '기분이 아주 초코같네 초코쿠키' 등으로 구성된 시리즈 제품을 출시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란 제품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특히 포장지에 하락하는 모양의 화살표, 앞에서 울고 있는 캐릭터,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등의 그림 및 문구 등이 담겨 논란을 부추겼다.
몇몇 누리꾼은 "주식 투자자를 조롱한다",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으면 쓴맛이 나지 단맛이 나겠나", "자학 개그는 피해 본 사람이 했을 때나 재미있는 것", "주식 투자 실패가 웃음거리냐. 선 넘었다", "개미 투자자 놀리느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마트24는 "상품의 특징을 알리기 위한 상품명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고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 상품은 즉시 발주금지 조치 후 패키지를 변경 중에 있으며, 향후 상품 작명 시 고객 입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해야 했다.
3. 맘스터치 이벤트 명칭 논란
지난해 8월 패스트푸드 브랜드 맘스터치가 기획한 이벤트 명칭. 당시 맘스터치는 선착순으로 '스낵볼'을 제공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 명칭으로 '마이애미 프로필 사진전'을 기획했다.
다만 이때 맘스터치는 '어머니'를 낮춰 부르는 호칭인 '애미'라는 표현을 사용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애미는 '어미'의 방언으로, '어머니'의 낮춤말, 시부모가 아들에게 아내인 며느리를 이르는 말, 결혼해 자식을 둔 딸을 이르는 말 등으로 정의돼 있다.
당시 누리꾼들은 "마이애미? 애미라는 표현을 이렇게 쓴다고?", "우리 엄마라고 하면 될 걸 왜 굳이 마이애미?" "이런 기획도 결재가 되나 보네. 누가 엄마한테 애미라고 하나. 천박한 마케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맘스터치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좋은 의도로 기획했다"며 "명절을 앞두고 엄마를 한번 돌아보자는 좋은 의도였는데 네이밍을 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4. 맥심 이벤트 홍보 문구 논란
지난해 6월 맥심이 진행한 '조나단 슈프림골드 이벤트' 문구. 당시 맥심은 슈프림골드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며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 조나단을 기용했다.
다만 이때 맥심은 해당 레시피로 만든 커피를 조나단의 이름을 딴 '조나 단 커피', '조나 부드러운 커피', '조나 진한' 커피 등으로 소개해 화근이 됐다.
당시 누리꾼들은 "조나단의 이름 '조나'에서 욕설이 연상돼 불편하다", "어린이들이 이런 행사명을 접해도 괜찮을지 걱정된다"는 지적을 연이어 제기하기도 했다.
5.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작명 논란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행복주택을 광고하며 내놓은 카피.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너는 (흙수저라) 좋겠다"는 카피를 내놨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버스정류장 옥외광고에 '너는 좋겠다', '뭐가?', '부모님이 집 얻어주실 테니까', '나는 니가 부럽다', '왜?',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집! 행복주택'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에 당시 누리꾼들은 "흙수저 놀리느냐", "상대적으로 금수저인 사람이 흙수저를 부러워하는 것은 흙수저를 비꼬는 것이 아니냐", "서민 상대 정책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 측은 "이번 행복주택 옥외 광고는 공급의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SNS 상황을 가정한 표현방식을 사용했으나 당초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초래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6. 서울주택도시공사(SH) 작명 논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020년 5월 보도자료를 내며 사용한 작명.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공사가 소유한 반지하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하겠다"며 "이 공간을 창업지원 시설, 지역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 복지시설로 만들고 기회가 생기는 층이라는 의미에서 '기생층'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도 직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기생층'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진심인가?", "영화 기생충이 떠올라서 상처가 된다", "내가 반지하에 살면 적지 않게 모멸감 느낄 것", "거주민을 대놓고 조롱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반지하를 청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이름 붙였는데, 이런 의도와 달리 청년들에게 오해를 사게 돼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작명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