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연 이후 4년 만에 완전 대면 행사로 열린 '2023 서울 국제 블루스 페스티벌'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관객 수백명과 뮤지션이 모두 하나가 돼 블루스 선율에 흠뻑 취한 사흘간의 시간이었다.
'2023 서울 국제 블루스 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울 한강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이번 축제는 일별로 콘셉트가 나뉘어 관객들의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했다.
첫째 날인 6월 30일은 '리치맨과 멤피스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미국 멤피스에서 열린 세계블루스대회(IBC)에 참가했던 이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희망과 꿈을 부르짖는 김헌&범블 블루(구 허니킴밴드)의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현시대 청년의 사랑과 고난을 담백한 목소리로 읊은 하헌진의 무대는 행사 첫날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일렉트릭 연주를 선보인 마인드바이앤소울은 정교한 테크닉 속 일상적인 가사를 녹여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선배 그룹인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새롭게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베이시스트 크로스(Cros)는 이날 무대와 관객석을 뒤집어놨다. 기타리스트 정재호 등과 압도적인 연주를 선보인 크로스는 객석에서 어린이 관객과도 호흡하는 쇼맨십으로 세계적 뮤지션으로서의 관록을 뽐냈다. 지미 핸드릭스의 'Jey Joe'가 연주될 땐 많은 관객들이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 무대를 펼친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는 이날 공연의 호스트답게 뛰어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크로스 때부터 두 번 연속 무대의 선 드럼 아이오의 변함없는 파워 드럼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둘째 날인 7월 1일은 '최항석의 기타 히어로들'이라는 주제로, 각 분야 최고의 기타리스트들이 무대에 섰다.
이날 공연의 호스트인 최항석은 정중한 인사와 함께 무대에 입장, '있어 줄게'를 열창하며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곧이어 게스트로 등장한 김대승은 '시가박스 기타'라는 생소한 악기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1900년대 초 기타를 살 여력이 안 됐던 가난한 미국인들이 시가박스로 직접 만들어 연주했다"며 "시가박스 기타만의 원초적인 사운드와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승은 3~4줄로 된 시가박스 기타를 들고 ''Leave Me Alone' 등 자신만의 델타 블루스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는 '푸들푸들 블루스', '최과장 블루스', '쓸쓸한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자신의 곡과 선배 김목경의 '여의도 우먼' 무대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딸로 불리는 퓨전 기타 여제 지니킴(김진희)과 협연, 부녀(?)지간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했다.
델타 블루스의 명인 펠릭스 슬림(Felix Slim) 역시 전날 크로스 급의 무대 매너를 뽐내며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다. 거칠고 리드미컬한 컨트리 음악을 선보인 그는 중간중간 뛰어난 애드립으로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특히 객석에서 관람 중이던 탐블루스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최항석의 기타를 이어받아 즉석 연주를 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집시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박주원은 최항석과 '후암동 개그 클럽'의 멤버로 활동 중이라는 친분을 과시하며 클래식 기타를 잡는 평소 때와는 다른 일렉 기타 연주 솜씨를 뽐냈다. 특히 올해 1월 사망한 제프 벡을 기리며 연주한 '피플 겟 레디(People Get Ready)'의 선율이 감동을 자아냈다.
한국 블루스 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윤병주는 '우연히' 등 블루스 록을 기반으로 한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 후반부 한림예고 학생들과 협연을 펼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는 대표곡 '난 뚱뚱해'로 대미를 장식했다.
셋째 날인 7월 2일은 '신촌블루스 & 프랜즈'라는 주제로, 신촌블루스와 절친한 선후배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 블루스의 전설로 불리는 김목경과 이경천이 신촌블루스와 오프닝 무대를 함께 꾸몄다.
신촌블루스의 본 무대에선 리더 엄인호를 중심으로 제니스, 강성희, 김상우 등 세 명의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등장해 각자의 매력을 한껏 과시했다.
이들은 '황혼', '거리에 서서', '건널 수 없는 강', 'Angie',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환상', '붉은노을', '이별의 종착역', '서로 다른 이유 때문에', '마지막 블루스', '골목길' 등 대표곡들을 함께 또는 각자 열창하며 무대를 사로잡았다.
애잔한 제니스와 파워풀한 강성희, 여기에 허스키한 김상우의 음색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무대 중반엔 소울 트레인이 등장해 '말해봐', '눈물' 등을 선보이며 데뷔 15년 차 다운 꽉 찬 무대를 꾸몄다.
윤병주 한국 블루스 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은 "2018년부터 시작된 '블루스 페스티벌'이 이렇게 계속 이어질지 몰랐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과 멤버들 덕분에 많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