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대체' 현실화…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기업서 벌어지는 일

2023-05-06 08:29

IBM, 업무직 30% AI로 교체
AI시대, 전문직은 안전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오후(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CEO와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오후(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CEO와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뉴스1

AI(인공지능)가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디스토피아 소설 속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글로벌 IT 기업 IBM이 업무 지원 인력 30%를 AI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는 단순 사무직이 AI 공습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 그렇다면 AI 시대,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5년 안에 HR(인사관리)같이 고객을 대면하지 않는 IBM 백오피스 인력 중 약 30%(7800명)가 AI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BM의 폭탄 발표는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며 사무·행정직이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글로벌 금융업계의 예측에 부합한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GPT / CHUAN CHUAN-Shutterstock.com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 챗GPT / CHUAN CHUAN-Shutterstock.com

AI 습격의 다음 과녁은 어느 직종이 될까.

흔히 특별한 자격이 필요 없는 비교적 단순한 일이 AI로 대체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을 갖춘 전문직이 오히려 AI가 도입되기 쉬운 영역이다.

그 이유는 양질의 데이터가 완비돼 있기 때문이다. 소송이나 의료 분야에는 과거의 판례, 법률 문서, 의학 논문 등의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사용된 언어의 문법적 오류도 매우 적다. 정보가 정비돼 있기에 AI가 분석하기 쉽다.

데이터의 정확성도 중요하다. 데이터에 오류가 포함돼 있으면 당연히 AI는 틀린 답을 내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 의사 업무와 관련한 자료들은 충분히 전문적인 검증을 거친 데이터다. 일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와 비교하면 품질이 높고 균일한 경우가 많다.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어제까지는 A라고 대답했지만, 오늘부터는 B라고 대답할 필요가 있다’처럼 내용이 빈번하게 변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AI에게 기억시킨 내용이 실제 업무와 크게 괴리될 확률도 낮다.

비즈니스 방침 및 전략 변경으로 업무 방식이 빈번하게 변화되는 상황에서는 과거의 지식 및 학습 경험에 기초해 움직이는 AI를 기민하게 대응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나 의사의 업무는 법이 개정되거나 정설이 재검토되더라도 통상적으로 판례와 학술논문이 수십 년간 통용되기에 AI의 적용이 비교적 간단하다.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및 법무법인 밀집 지역 모습. / 뉴스1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및 법무법인 밀집 지역 모습. / 뉴스1

변호사 일은 조사 업무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특히 어려운 것은 방대한 판례를 조사하는 일이다. AI에게 ‘과거에 이러한 사건은 없었나’ ‘이런 판례를 찾아달라’는 지시만으로 적절한 판례가 바로 찾아진다면 변호사의 업무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AI가 법률가 역할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법률 판단 과정에는 법적 쟁점 확정, 주어진 사건을 기존 판례에 적용할 것인지 여부 판단 등 가치 개입이 필수적이고 사람 고유의 통찰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AI에는 공감, 소통 능력이 없어서 사람처럼 분위기를 알아채거나 사람 사이의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향후에는 변호사 세계에서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변호사는 AI의 힘을 빌려 실적을 향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변호사는 AI가 수행한 일에 틀린 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 모습. / 뉴스1
한 대학병원 의료진 모습. / 뉴스1

의사의 직업 지속 가능성도 비슷할 흐름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의사 일에 전문적 성격은 있지만,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의사의 일을 AI가 완전하게 대체한다는 관측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AI가 업무 부담을 덜어주면, 의사들이 환자 마음을 다스리는 정서적 역할을 더 강화하게 될 것으로 봤다.

이와 함께 장 원장은 AI 시대엔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는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이미 인문학 전공자가 공학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AI 일자리가 생겼다.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질 높은 질문을 던져서 AI를 훈련하는 직업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