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름이 아닐까. 한번 지으면 오래 불리는 까닭에 예로부터 이름은 신중하게 짓곤 했다. 이름을 바꾸고 싶어도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명백히 불이익을 받을 만한 이름(예를 들면 강간범)'에 한해 개명이 가능했던 시대엔 더욱이 그랬다.
물론 요즘은 여러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일이 전보다 흔해졌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결혼한 배우 이다인도 여러 차례 개명했다. 연예계에 데뷔할 때부터 이다인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그는 본명인 임유경(생부의 성을 딴 이름)에서 이주희로 개명했다가 또 이라윤으로 다시 이름을 바꾼 상태다. 활동 명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4개 이름으로 불린 셈이다.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리는 서류(출생신고서)에 찍혀 있는 이름 석 자(외자이거나 그 이상일 수도)를 다른 걸로 바꾸는 덴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다. 너무 흔해서, 반대로 너무 특이해서 개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아 새 이름을 달고 새 삶을 살아보겠단 의지로 이름을 바꾸는 이들도 있다. 부모가 이혼하면서 성(姓)을 달리하려고 개명하는 경우도 있다.
이름을 짓는 것만큼이나 개명하는 일도 꽤 번거롭다. 법원에서 '개명 허가'를 받아야만 비로소 새 이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액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일단 공짜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2005년 이후로는 그나마 수월해지긴 했다. 개인의 성명권을 존중해 남용·악용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하라는 대법원의 결정(2005스26) 덕이다. 출생신고 때 이미 결정지어진 이름엔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걸 법원도 안타깝게(?) 여긴 결과라 볼 수 있다.
이렇다 할 연구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연예인은 직업적인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데뷔를 하면서 아예 이름을 바꾸고 나오거나 예명을 쓰기도 하고, 한참 활동하는 중간에 개명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배우 한은정(개명 후 한다감)도 19년간 널리 알린 이름을 포기하고 새 이름으로 바꿨다. 1999년 데뷔한 한은정은 2018년 돌연 예명으로 활동하겠단 선언을 했다. '한다감'이란 이름이었다.
그는 2019년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나와 "이름이 너무 평범해서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며 "다정다감하게 다가가자는 의미에서 '다감'이란 이름을 택했다"고 했다. 정말로 이름의 효과가 있었던 걸까? 한은정은 다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뒤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손발이 따뜻해지는 등 신체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불면증도 말끔히 사라지고 일도 잘 풀리자, 아예 예명으로 정식 개명해 이제는 본명으로 이 이름을 쓰고 있다.

배우 김정난은 좀 슬픈 이유로 이름을 바꿨다.
과거 SBS 예능 '강심장'에 나와 그가 밝힌 사연에 따르면 김정난은 부모님에 대한 효심으로 본명을 포기했다.
김정난은 당시 방송에서 "지금 어머니가 계시지만 사실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다"며 "어떤 분이 '부모님과 인연이 없다'고 말해서 개명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마저 안 좋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말을 한)분이 김정난, 김정례 이름을 골라줬다. 그중에 김정난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원래 본명은 김현아"라고 전했다.

풍기는 이미지와 이름이 썩 어울리지 않아 '연예인용 이름'으로 바꾼 이들도 있다.
배우 송승헌의 본명은 송승복이었는데,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예명 송승헌을 쓰다가 아예 개명했다.
이지아도 마찬가지다. 원래 본명은 김상은이지만, 데뷔 전 김지아로 바꿨다. 미국 이름인 시아 리(Shea Lee)의 일부를 따서 '이지아'라는 활동명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개명한 이름은 아니지만 남다른(?) 작명 비화를 가진 연예인도 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흔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은 이름이지만 배우 문소리의 이름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문(文)씨 집안과 이(利)씨 집안에 태어난 작은 아이'란 뜻을 담아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기 때문이다.
문소리는 과거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어릴 때 몸이 너무 작았다"며 "아버지가 (자신의) 성인 문 씨와 어머니 성인 이 씨 집안에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뜻으로 '작을 소(小)' 자를 넣어 문소리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다. 다만 프로필엔 소리의 '소'가 '본디 소(素)'로 기재돼 있다.

아버지가 사랑으로 지어준 이름을 쓰는 연예인은 또 있었다. 바로 배우 허이재다.
2000년 영화 '다카포'로 데뷔해 드라마 '궁'과 영화 '해바라기'로 인기를 얻은 허이재의 이름엔 아버지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사실 허이재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날 때부터 연예인이 되지 않길 바랐다.
허이재는 신인 시절 인터뷰에서 "(내가) 태어난 후 아버지가 이름을 지으려고 작명소에 갔는데 거기서 '이 아이는 연예인으로 살 팔자'라며 '허회령'이란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아버지는 연예인이 되지 않길 원해서 다른 이름을 주라고 부탁했고, 공부와 관련된 의미를 지닌 '이재'라는 이름을 다시 지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라는 이름을 들고 문을 나서는 아버지를 향해 작명소 주인이 '그래도 이 애는 연예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연예인이 된 후로는) 집에서 이재와 회령이라는 두 이름으로 불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