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준 낮은 북한이 첨단 제품인 자동차를 만드는 희한한 방법 (영상)

2023-06-18 08:32

대개 반조립 부품 형태로 들여와 생산
1974년 볼보 1000대 외상 대금 떼먹어

북한 평양 시내를 활보하는 택시. / 연합뉴스
북한 평양 시내를 활보하는 택시. / 연합뉴스

국력(國力)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는 자동차 생산 여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은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반면 경제 규모가 작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자동차는 100% 수입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제제재로 수입이 자유롭지 않은 북한은 어떨까. 온라인 타이어 쇼핑몰 'ABC 타이어'의 도움말로 북한의 자동차 상황을 살펴보자.

대부분 반조립 부품 형태로 들여와 생산

현재 북한에는 약 30만대의 자동차가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00만대가 넘는 남한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한은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북한에는 '평화자동차', '승리자동차 연합기업소', '금평자동차', '청풍합영회사' 등 크게 4곳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있다고 전해진다. 자동차 제조사가 4곳이나 되지만 생산량은 매우 적다고 한다.

'평화자동차'는 남한의 통일교와 합작해 1999년 설립됐다. 이후 2013년 운영권이 완전히 북한으로 넘어갔다. '승리자동차'는 주로 지프나 트럭, 건설용 자동차, 버스 같은 대형 자동차를 생산한다. 둘 다 모든 부품을 제작하는 것은 아니고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금평자동차', '청풍합영회사'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부품을 반제품 상태로 들여와 조립해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즉 북한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은 아직 없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북한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평화자동차'는 주로 승용차를 만들어낸다. 대표 세단인 '휘파람'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뻐꾸기'가 유명하다.

휘파람이라는 모델명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한다. 북한에선 특히 SUV인 '뻐꾸기'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월급을 고스란히 100년은 모아야 탈까 말까 할 정도로 비싸지만 말이다.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휘파람' / 나무위키·평화자동차 국내 홍보 사이트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휘파람' / 나무위키·평화자동차 국내 홍보 사이트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휘파람2' / 나무위키·평화자동차 국내 홍보 사이트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휘파람2' / 나무위키·평화자동차 국내 홍보 사이트

두 모델 역시 자체 개발이나 순수한 제조는 아니며 이탈리아 피아트사로부터 라이선스 형태로 들여와 찍어낸다. 과거 우리나라도 자동차 생산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 라이선스 생산을 통해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북한은 자동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승용차에 한 해 개인 명의로 등록을 허가해 줬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100% 완전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립 형태로 연간 수만 대 정도의 자동차 생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원자재 조달이다. 여러 경로의 대북 제재로 원자재 조달이 쉽지 않아 자동차가 활발히 생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뻐꾸기'  / 연합뉴스
북한 평화자동차가 생산한 '뻐꾸기' / 연합뉴스

'외상 준 게 바보'…볼보차 1000대 '꿀꺽'

북한 자동차와 관련해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1970년대 북한이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인 볼보로부터 자동차 1000대(144GL 모델)를 수입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광물 채굴권 등의 경제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던 터라, 대북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볼보도 이런 기대치를 믿고 자동차 1000대를 보냈다.

이하 평양 김일성광장을 지나고 있는 볼보 144GL 모델. 1974년 북한으로 수입된 볼보차와 같은 모델이다. / 이하 유튜브 채널 'nilov71'
이하 평양 김일성광장을 지나고 있는 볼보 144GL 모델. 1974년 북한으로 수입된 볼보차와 같은 모델이다. / 이하 유튜브 채널 'nilov71'

그러나 볼보는 끝내 자동차 대금을 받지 못했다. 북한이 처음부터 떼먹으려 한 건 아니었다. 광물을 팔아 갚으려고 했지만, 당시 국제 시가가 폭락하면서 지불을 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이 스웨덴에 진 빚은 27억3200만 크로나(당시 기준 약 3786억원)에 달한다. 북한의 대(對) 스웨덴 채무는 1974년 볼보차 1000대를 다른 제품과 함께 수입하면서 발생한 6억 크로나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자 등이 더해져 금액은 27억 크로나로 늘어났다. 원금에 이자가 40여 년간 쌓였지만, 북한은 돈을 한 번도 갚지 않았다.

이 볼보차 모델은 부품 수급이 막힌 북한에서 40년 넘게 굴렸다는 게 대단하다. 현재는 대부분 노후화 및 고장으로 현역에서 물러났고 주민용 택시로 몇 대만 쓰이고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