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가뭄에 시달리는 광주에서 올해 7월 '워터밤'이 열린다 (+광주시 입장)

2023-03-29 13:54

가뭄 극심한 광주서 '워터밤' 행사 예고
제한급수 위기 상황에… 네티즌 분노

가뭄이 극심한 광주지역에서 오는 7월 대규모 물 축제 '워터밤' 행사가 열릴 거로 예고돼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장 5월부터 제한급수가 시행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행사 주최 측은 계획대로 티켓 판매를 진행 중이다. 광주시는 민간 주최 행사라 제재할 방법이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물 축제 '워터밤' 행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워터밤 공식 홈페이지
대규모 물 축제 '워터밤' 행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워터밤 공식 홈페이지

29일 YES24, 네이버, 위메프 등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워터밤 2023-광주' 2차 티켓이 9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공연은 오는 7월 8일 토요일 낮 12시에 시작돼 9시간(540분) 동안 진행되며,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위메프 공연 예약 사이트에 올라온 '워터밤 광주 2023' 공연 / 위메프
위메프 공연 예약 사이트에 올라온 '워터밤 광주 2023' 공연 / 위메프

예매 사이트에서 이를 본 네티즌은 두 눈을 의심했다.

광주는 2021년부터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광주시민들이 마실 식수 마저 말라가고 있어 지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광주시 상수도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민들에게 물 절약을 당부하고 나섰고, 시민들은 샤워나 설거지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양치컵을 사용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여파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주춤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물 축제가 열렸지만, 광주에서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광주시민의 주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동복호의 모습 / 뉴스1
광주시민의 주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동복호의 모습 / 뉴스1

여럿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탓에 광주 식수 공급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이 점점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는 결국 5월부터 물(상수도) 공급을 제한해 수돗물 사용이 가능한 때를 지정하는 식의 '제한급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제한급수가 시행되면 광주시민들은 특정 시간에만 물을 쓸 수 있거나 격일(하루는 단수)로 물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수도와 연결된 소화전도 단수를 피할 수 없어 소방 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거로 예상된다.

실제로 가뭄이 심한 전남 완도 일부 지역에선 이미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29일 오전 광주시 공식 홈페이지 화면. 첫 화면에 '물 절약'과 관련한 메시지가 뜬다. / 광주시 홈페이지
29일 오전 광주시 공식 홈페이지 화면. 첫 화면에 '물 절약'과 관련한 메시지가 뜬다. / 광주시 홈페이지

'제한급수만은 피하자'는 마음으로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 '워터밤' 개최 소식은 힘이 쫙 풀릴 수밖에 없다. 굳이 지역민이 아니라도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행사 소식이 공유되자, 네티즌은 "씻는 물도 모자라서 설거지랑 세탁도 모아서 한 번에 하는데?", "맨날 물 아껴 쓰라고 재난 문자 오는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물 아껴야 해서 몇 달째 샤워 자제하고 머리 빨리 감는데...", "심각성을 모르나?", "그 물을 댐에 뿌려라", "물을 어디서 끌어와서 뿌린다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저걸 허가해줬다고?", "광주에서 허가해 줄 리가 없는데...", "진짜 이거 승인해주면 시민 민원 폭발할걸", "공연 허가 내준 거 실화냐?"라며 시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광주 식수 공급원인 전남 순천 주암댐이 가뭄에 메말라 있는 모습 / KBS
광주 식수 공급원인 전남 순천 주암댐이 가뭄에 메말라 있는 모습 / KBS

그러나 광주시도 '워터밤'을 막을 방도가 달리 없는 상황이다. 민간에서 기획하고 주최하는 행사인 데다 장소도 따로 대관처를 구해 진행하면 시 승인이 별도로 필요 없기 때문이다.

지역 행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시 관계자는 이날 위키트리에 "해당 공연은 한 업체가 기획해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다. 축제 개요나 행사 장소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티케팅이 진행된 것 같다"며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시에서 관리하는 문화시설에서 행사를 연다고 하면 반려할 수 있을 텐데 사설 공연장에서 진행하면 시에 승인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업체가 따로 대관처를 알아보고 있는 거 같다. 시에 협조나 승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물 사용과 관련해서도 사설 업체(물탱크 사용)와 계약해 쓰면 별도로 제재할 수도 없다"고 했다.

다만 "만일 제한급수가 5월부터 시행된다고 하면 사설 업체도 물을 사용하는 데 제약이 발생하니 행사를 진행할 순 없을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는 7월 8일 열릴 거로 예고된 '워터밤 2023-광주'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오는 7월 8일 열릴 거로 예고된 '워터밤 2023-광주'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한 것인지 주최 측은 이제야 "광주 상황을 고려 중"이라는 입장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위키트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기획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행사"라며 "대관 장소나 물 사용 등 내부 논의 중인 상황은 밝힐 수 없다. 광주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연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행사가 취소된다면 당연히 전액 환불할 것"이라고도 했다.

'애초에 가뭄 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광주 공연 계획을 세웠냐'는 물음에 해당 관계자는 "광주 가뭄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행사 기획을 언제 했냐'고 묻자, "지난해"라고 답했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