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정도야 뭐… 그 동네에선 무려 코끼리떼도 출몰했었다 (영상)

2023-03-24 11:20

2005년엔 코끼리 6마리 탈출 소동
탈출지·난동 지역·발생 시기 '데자뷔'

온라인에 공개된 얼룩말 탈출 사진. / 에펨코리아
온라인에 공개된 얼룩말 탈출 사진. / 에펨코리아

23일 서울 시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얼룩말 활보 사건은 18년 전의 코끼리 떼 서울 도심 습격 소동을 연상시킨다. 탈출지(서울어린이대공원)와 난동 지역은 물론 발생 시기(초봄), 발생 시간대(한낮)까지 기시감이 드는 것처럼 유사한 탓이다.

2005년 4월 20일 오후 3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쇼'를 공연 중이던 코끼리 1마리가 갑자기 놀라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코끼리들이 한꺼번에 탈주했다. 이들은 공원 내 동물원에서 관리하는 코끼리가 아닌 행사를 위해 왔던 코끼리들이었다.

탈출한 6마리 중 1마리는 사건 직후 인근 동부경찰서 근처에서 붙잡혔고, 1마리는 워커힐호텔 정수장 근처를 배회하다 포획됐다.

삼겹살집에 난입하는 코끼리. / MBC
삼겹살집에 난입하는 코끼리. / MBC
삼겹살집에서 난동을 피우는 코끼리. / MBC
삼겹살집에서 난동을 피우는 코끼리. / MBC

그러나 나머지 4마리 중 3마리는 인근 지역을 활보하다 소재가 파악돼 조련사들이 데려오던 중 근처 삼겹살 구이집에 난입해 에어컨과 탁자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여 30여 평의 가게 내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에피소드는 이후 미국의 다큐멘터리 전문 방송인 디스커버리 채널이 제작한 '파괴의 찰나'로 알려지기도 했다.

코끼리 떼에 습격당한 식당은 상호를 바꿨다. / 에펨코리아
코끼리 떼에 습격당한 식당은 상호를 바꿨다. / 에펨코리아

삼겹살집은 사건이 터진 후 방송을 타면서 상호도 '코끼리 들어온 집'으로 바꿨다. 일본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등 대박이 났다고 전해진다.

이번에 얼룩말이 탈출한 곳은 어린이대공원 후문 쪽인 구의동이고, 2005년에 코끼리가 들어간 식당은 어린이대공원 정문 쪽인 화양동이다.

차량 경적 등으로 코끼리들의 흥분 상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마련된 마취제도 소형 동물용이어서 포획에 어려움을 겪자 경찰은 한때 사살을 검토하고 총기 무장 병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났다.

마지막 남은 1마리는 광진구 경복초등학교 근처 골목길로 난입, 세 들어 사는 집 주변에서 집주인과 얘기 중이던 50대 시민(여)을 들이받았다. 피해 시민은 근처 주택 철문에 부딪혀 뒷머리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천호대로 등 인근 도로는 코끼리 탈출과 포획 시도에 따른 교통 통제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으며 일부 지역은 코끼리의 배설물로 심한 악취가 풍겨 근처를 지나던 보행자들과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여담으로 도심 속 코끼리가 활보하는 믿지 못할 광경으로 인해 교통체증으로 약속 장소에 지각한 사람들은 공중파 저녁 9시 뉴스가 방송되기 전까지 핑계를 댈 수도 없어 속으로 끙끙 앓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보내는 기능이 있긴 하나, 요금폭탄 때문에 쓰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