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전례 없는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공식 발표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영진위는 최근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 자료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2월 전체 매출액은 691억 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월의 매출액의 36.3%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전월 대비 44.3%(550억 원) 감소했다. 관객 수는 642만 명으로 2019년 2월의 28.8% 수준이다. 전월 대비로는 42.9%(483만 명) 줄었다.
2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134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2월 매출액의 9.2% 수준에 불과하다. 전월 대비 70.1%(315억 원) 감소했다. 관객 수는 127만 명으로 2019년 2월의 7.4% 수준이다. 전월 대비 71.5%(319만 명)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7.7%(11만 명) 줄었다.
팬데믹 이전 2월은 설 연휴를 겨냥한 한국영화가 개봉하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설 연휴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성적이 저조했다. 특히 2월 중순 마블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까지 개봉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2월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은 19.5%, 관객 점유율은 19.8%였다. 모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2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흥행 영화 1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가져갔다. 한 달 동안 168억 원(관객 수 165만 명)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매출액 145억 원(관객 수 138만 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재개봉작인 '타이타닉'은 65억 원(관객 수 45만 명)으로 3위를 기록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51억 원의 매출(관객 수 37만 명)로 4위였다.
한국 영화로는 진선규가 주연한 '카운트'가 26억 원(관객 수 27만 명)의 매출로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 극장들은 영업 손실을 이유로 티켓값을 여러 차례 인상했다. 관객들은 비싸진 티켓값에 재미가 보장된 작품들만 찾기 시작하면서 극장가가 얼어붙었다.
지난해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기대작들이 줄줄이 쓴맛을 봤다. '마녀2: 디 아더 원', '한산: 용의 출현', '공조: 인터내셔날', '올빼미' 정도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영웅'은 장기 흥행으로 324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넘지 못했다. 황정민, 현빈이 주연한 '교섭' 역시 총관객 수 17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 350만 명에 한참 못 미쳤다.
3월 극장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1일 개봉된 '대외비'는 개봉 첫날 약 18만 명을 모으며 올해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 날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에 바로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내줬다. 개봉 2주 차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치여 일일 관객 수 1만대로 급감했다.
이와 관련해 윤제균 감독은 최근 한국영화의 암울한 상황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때 만들어놓은 개봉할 만한 영화가 아직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제 한국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아마 극장에 한국영화가 한 달에 몇 개가 나올지, 과연 나오기는 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영화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동훈 감독 역시 극장 상황을 걱정했다. 그는 극장비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중국은 올해 긴 코로나 터널을 뚫고 구정 때 코로나 제한을 풀고 극장 가격을 내렸다"며 "관객에게 그런 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