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65세 이상 '조건부 면허제'의 핵심 내용, 다들 황당해하고 있다

2023-03-17 10:43

정부가 추진 중인 '조건부 면허제'의 내용
만65세 운전 제한…사람들이 반발하는 이유

정부가 만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조작 부주의나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겠다는 취지인데, 대상 연령 기준이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이하 뉴스1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이하 뉴스1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점검 회의'를 진행, 교통사고 감소 대책 등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선 전부터 검토해 온 '조건부 면허제' 얘기도 나왔다. 조건부 면허제란 고령, 질환 등으로 안전 운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면 운전 시간이나 공간, 차량 제원에 조건을 부과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주행 금지 △일정 속도 이하로만 운행 등 조건이 검토되고 있다. 적용 대상은 정부가 고령으로 규정한 만 65세 이상부터다.

이런 제한의 근거로는 만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2021년 한 해 동안 700명(전체의 24.3%)이었다는 도로교통공단의 자료가 제시됐다. 같은 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총 2916명이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전체 운전자 중 고령 운전자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여기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만 65세 이상 운전자는 100만 명(전체 운전자의 4.2%) 정도였지만, 2019년 기준 333만 명(10.2%)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내년까지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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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자진 반납, 조건부 면허제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진작부터 나왔다. 근래 들어 70·80대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실제로 이달 8일 전북 순창의 한 주차장에서 교통사고를 내 20명의 사상자를 낳은 1톤 트럭 운전자는 74세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액셀)을 혼동해 사고를 냈다. 지난해 10월 경북 영덕의 한 휴게소를 찾은 80대 남성 운전자도 브레이크를 액셀로 착각해 계단으로 돌진, 행인 3명을 차로 쳤다. 이 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은 양다리가 절단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같은 이유로 80대 운전자가 차량 7대를 들이받은 사고가 있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을 이대로 허용해선 안 된다는 데에 이견이 나올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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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가 된 건 '나이'다. 과거에야 60대를 노인으로 봤지만, 경제 활동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만 65세 이상을 '고령'으로 규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같은 나이라고 해도 개인별로 운전 능력, 건강 상태가 다를 수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네티즌은 이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해 "65세면 아직 정정한데 노인 취급 해서 운전도 못 하게 한다고?", "70세 정도로 검토해야지", "65세면 직장 운전자도 많고 자영업자도 많다", "생계형 운전자는 어떻게 하라고", "100세 시대라면서 65세에 브레이크를?", "연금 수령 나이는 점점 늦추면서 운전대는 일찌감치 뺏네", "고속도로를 타지 말라고요?", "전국의 택시 운전기사 중 65세 이상이 얼마나 될지는 확인해봤나?", "정말 현실적인 부분은 생각 안 하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해 네이트에 올라온 네티즌의 반응 중 여럿의 공감을 받은 내용 / 이하 네이트
조건부 면허제 도입과 관련해 네이트에 올라온 네티즌의 반응 중 여럿의 공감을 받은 내용 / 이하 네이트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문제를 나이에서 찾네", "20대도 검토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운전 미숙 등으로 교통사고를 내는 게 만 65세 이상 운전자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2021년 교통사고' 자료를 추가로 검토해보면, 그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25만 8704건이었고, 사고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의 연령대는 51~60세(24만 5216건, 전체의 19.48%)였다. 그다음이 41~50세(23만 9970건, 19.06%), 31~40세(21만 3167건, 16.94%), 21세~30세(17만 1752건, 13.65%) 순이었다.

같은 시기 65세 이상이 낸 사고 건수는 12만 2904건(전체 9.76%)이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