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정명석(78)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상습 성범죄를 고발해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2008년 정 씨의 국내 송환을 앞두고 국내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다뤘다가 곤욕을 치른 사실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온라인에서는 특히 대한민국 매체 중 최상위 영향력을 가진 조선일보가 JMS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었던 영상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정 씨의 여성 신도 성적 유린이 장기간 묵인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무소불위 권력과 함께 종교단체가 가진 대외적 파워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유튜브 매체 '더탐사'의 박대용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08년 2월 방영된 KBS 시사 '미디어 포커스'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박 기자는 링크 아래에 "'더탐사'의 정정보도 요청에는 언론중재위 불출석으로 차일피일하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동영상 사과도 모자라 원본 기사 삭제와 반론 기사까지 친절하게 써준 조선일보"라고 적으며 조선일보 측을 맹비난했다.
해당 방송은 기자가 스튜디오에 참석해 앵커와 특정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내용을 보면 앵커가 "최근 인터넷에 조선일보 기자와 담당 부장이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영상이 유포돼 화제가 됐다"고 운을 떼자, KBS 김 모 기자는 "동영상을 보니, 조작이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사과문의 수신 대상은 JMS였다.
김 기자는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 식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례적이다. 사과 내용도 수위가 높았다"며 문제의 동영상을 틀었다.
동영상에서 조선일보 부장은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보도함으로 JMS 정명석 총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30만 JMS 성도들의 가슴에 심한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동석한 조선일보 기자도 "향후 사실과 진실에 입각하지 않는 보도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다시 한번 정명석 총재와 JMS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용서를 구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부장과 기자는 조선일보 데스크와 취재 기자 관계다. 기사 보도 후 JMS가 강력 반발하자, 기사 작성자인 기자와 부서장인 데스크가 연대 사죄한 것이다.
기사 내용이 무엇이었길래 이런 어색한 그림이 연출됐을까.
미디어 포커스 방송이 나가기 약 한 달 전 조선일보는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정명석 씨가 조만간 국내로 송환되며 범죄 혐의에 성폭행 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이에 JMS 측은 "도피가 아니다, 성폭행의 증거가 없다"며 기사가 오보라고 주장했고, 결국 조선일보가 백기를 든 것이다.
박성욱 JMS 평신도비상대책협의회 대변인은 당시 KBS 미디어 포커스측과 인터뷰를 갖고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우리 30만 성도가, 정명석 총재의 명예가 훼손됐다. 결국 조선일보에서 사과문을 읽은 거다"고 의기양양해했다.
JMS 측은 조선일보가 사과 동영상을 다른 언론사에 배포하는데 동의했다고 KBS에 말했다. 이런 연유로 해당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 발표 이후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하고 JMS 측이 요구한 반론 기사를 올렸다.
조선일보가 JMS의 '정정보도 청구' 등 정당한 대응·절차에 저런 오버액션을 취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것보다는 JMS가 회사 편집국 난입 등 물리력 행사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껄끄러운 나머지 몸을 사린 것으로 해석된다.
누리꾼들은 "넷플릭스 아니었으면 누가 이 문제를 건드렸겠느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디어 포커스는 방송 말미에서 "위협이 있더라도 언론이 종교 단체에 대한 비판을 기피해서는 안된다"며 "JMS와 관련된 기사를 쓰고 반론 보도를 하고, 사과를 했던 언론사들은 과연 어떤 원칙을 갖고 있었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