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의 당황스러운 변신…“이 정도면 소금빵이라고 못 부를 듯” 반응까지

2023-02-25 00:10

“1절에서 끝나는 경우가 없다”
한국에서 'K-진화' 당한 디저트

어떤 음식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만나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한다. 전통 음식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인 떡도 시간이 지나며 유행에 맞게 처음 맛보는 듯한 음식으로 탈바꿈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음식에 진심인 한국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매번 새로운 맛을 발견한다.

그중에서도 커피, 케이크, 뚱카롱, 빵은 본래 외국 음식이지만 한국에 정착하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종류의 음식이 됐다. 사람들은 이를 'K-디저트'라고 부른다. K-디저트는 원래 어떤 음식이었을까. 또 어떤 변화를 거쳐 K-디저트로 거듭난 걸까.

이디야 마카롱 메뉴 / 이디야 공식 홈페이지
이디야 마카롱 메뉴 / 이디야 공식 홈페이지

1. 뚱카롱

K-디저트의 대표적인 음식인 뚱카롱. 원래는 필링과 과자의 두께가 비슷한 형태를 띠었으나,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필링이 두꺼워지고 맛이 다양해지며 이제는 뚱카롱으로 불린다.

원래 마카롱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로, 이탈리아어 '마카로니(macaroni)'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죽을 약한 불에 구워 만드는 쿠키지만, 일반 쿠키와 달리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다. 동그란 반죽을 구운 과자 부분을 '코크'라고 부르는데, 이 코크 사이에 부드러운 크림이 소량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 마카롱 가게에서는 이런 프랑스 버전 마카롱을 찾기가 어렵다. 한입에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의 프랑스 마카롱과 달리, 한국 마카롱은 한입에 욱여넣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다.

빽다방 맛카롱 / 빽다방 공식 홈페이지
빽다방 맛카롱 / 빽다방 공식 홈페이지

뚱카롱은 코크 크기에 비해 크림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변화를 겪으며 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것엔 양면이 존재하는 법.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한국인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SNS에서 뚱카롱에 거부감을 보이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또 일반 마카롱보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반 마카롱보다 필링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맛이 다양해 만드는 이의 수고가 더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일부 마카롱 집 사장은 가격에 반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과 SNS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마카롱 집 주장을 지지하는 소비자들 덕분에 해당 논란은 흐지부지 종결됐다. 지금도 뚱카롱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음식으로 남아 있다.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 / 이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
제주 까망 크림 프라푸치노 / 이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

2. 할매니얼 커피·디저트

한국에선 어느 카페에 가든 이들 메뉴가 시그니처 혹은 베스트 메뉴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세대 합성어) 카페 메뉴다. 할머니들이 선호할 만한 맛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아 '할매니얼 커피' 혹은 디저트로 불린다.

아메리카노를 커피로도 취급하지 않는 이탈리아에서는 기함할 일이다. 이탈리아 카페 메뉴에는 커피가 'NON-COFFEE'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커피 기준이 엄격하다. 실제 대부분의 이탈리아인이 아메리카노를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멘지락 쑥팥 생크림 케이크
멘지락 쑥팥 생크림 케이크
스타벅스 더 그린 쑥 크림 라떼
스타벅스 더 그린 쑥 크림 라떼

심지어 스타벅스 같은 외국 브랜드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도 할머니 입맛을 저격하는 할매니얼 메뉴를 내놓을 정도다.

할매니얼 커피나 디저트에 쓰이는 대표적인 재료는 녹차, 흑임자, 쑥, 인절미, 오미자 등이다. 기존의 디저트나 커피의 상식을 벗어나 한국인의 입맛에 특화된 맛으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20대 젊은 층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생딸기 크로플 / 메가커피 공식 홈페이지
생딸기 크로플 / 메가커피 공식 홈페이지

3. 크루아상

크루아상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의미한다. 흔히 프랑스 빵으로 알려졌지만, 본래는 헝가리의 역사 깊은 빵이다. 1683년경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전해졌고, 루이 16세의 왕후가 된 오스트리아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쳐 프랑스까지 전해졌다. 버터를 듬뿍 넣은 반죽으로 겹겹이 층을 쌓아 초승달 모양으로 구운 페이스트리다.

크루아상도 한국의 인기 디저트로 떠오르며 격렬한 변화를 겪었다. 원래 버터 풍미를 즐기는 빵이었지만, 계란·딸기·맛살·옥수수·베이컨 등 다양한 식재료가 혼합되며 아예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았다.

팥절미 크루아상와플 / 컴포즈커피 공식 홈페이지
팥절미 크루아상와플 / 컴포즈커피 공식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크로플 / 이하 메가커피 공식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크로플 / 이하 메가커피 공식 홈페이지

이후에는 크루아상을 와플 기계에 넣어 납작하게 누른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이라는 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소금빵 / MONPERE0315-shutterstock.com
소금빵 / MONPERE0315-shutterstock.com

4. 소금빵

최근 들어 k-디저트계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메뉴다. 일본에서 유래된 소금빵은 다른 맛이 전혀 첨가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한 빵이다. 빵 표면에는 소금 알갱이가 콕콕 박혀 있어 감칠맛을 더한다. 어떤 사람들은 맛집으로 소문난 곳의 소금빵을 먹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K-디저트화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본에 충실한 소금빵도 풍부하고 깊은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하고 있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카페 소금빵 메뉴 / 트위터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카페 소금빵 메뉴 / 트위터

소금빵이라고는 하나 샌드위치로 봐도 전혀 무방한 비주얼이다. 이를 두고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K-디저트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이 다시금 대두되기도 했다.

상당수 네티즌은 "진짜 맛있겠다", "고명이 꼭 올라가야 섭섭하지 않다", "소금빵은 거들 뿐…. 근데 정말 먹어보고 싶다", "든든하게 식사 대용으로 좋은 것 같다", "우리 동네에도 생겼으면 좋겠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1절, 2절에서 마치는 경우가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맛있긴 할 텐데 저러면 소금빵의 의미가 없지 않나", "빵이라면 으레 지나가는 K-통과의례인 것 같은데 다음 차례는 뭘까", "맛있긴 하겠지만 이러면 왜 소금빵을 먹느냐", "그냥 샌드위치 아니냐", "소금빵의 매력은 담백함인데…", "빵 자체의 풍미를 느끼라고 소금 몇 알 얹는 건데 소금빵의 가치를 상실한 것 같다" 등 뜨악하다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많다.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