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스튜디오 웨딩촬영보다 자연을 벗 삼아 셀프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늘어난 지 오래다. 셀프 웨딩촬영의 장점은 '저비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일링에서부터 촬영 콘셉트까지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많은 이들이 셀프 웨딩촬영을 택하는 이유다.
각광받는 셀프 웨딩촬영 장소는 대개 국내외 유명 휴양지나 관광지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고 동네 슈퍼, 아파트 현관 등 일상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간지나는 웨딩사진을 찍어낸 커플이 소소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돈 없어서 셀프 웨딩 찍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예비 신랑 A씨는 "사실 돈 없는 건 아니고 공장식 스튜디오 사진이 싫어서 여친이랑 '셀프로 찍어보자'고 합의하고 시작했다"며 "힘들어서 '그냥 돈 주고 스튜디오에서 찍을걸'하고 백번 후회했지만, 고생한 것도 지나고 보면 우리만의 추억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찍으면서 뭔가 돌이킬 수도 없이 망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주변 반응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커플 모습은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린다. 아마 두 사람이 처음 데이트했거나 둘만의 추억이 담긴 뜻깊고 특별한 곳 같은 느낌을 준다.
셀프 웨딩촬영은 같은 세트장에서 주인공만 바뀌는 일반적인 웨딩촬영과는 확연히 다르고,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진행하는 대신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일반 예비부부가 자연스럽고, 개성 넘치는 웨딩사진을 찍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웨딩사진을 전문으로 찍고 있는 강창규(34) DK스냅 대표는 과거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셀프로 웨딩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사진 자료 모으기”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진도 마찬가진데 그럴 땐 이미 셀프웨딩 선배들이나 전문가들이 촬영해 놓은 결과물을 찾아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스튜디오 사진이나 데이트 스냅, 연예인 웨딩화보도 상관없고 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모으면 된다”며 “특히 배경이 단조롭고 소품이 간단히 들어가는 것들이 따라 찍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 자료를 모으면서 사진 속 커플들이 지은 포즈와 표정도 따라 해보면 촬영 때 덜 어색하다”는 팁도 귀띔했다.
강 대표는 사진을 모으다 보면 자연스럽게 찍고 싶은 콘셉트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촬영 시에는 포즈를 가이드 해 줄 사람이 없으므로 미리 수집해둔 사진 자료를 인쇄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