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15일 최근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서울 금천구 소재 한 택시회사 근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 기사들은 배달 일을 하겠다며 절반 넘게 퇴사를 했다.
80명이었던 이곳 택시기사 수는 현재 35~36명으로 대거 줄어든 상황이다.
택배 일을 하면 월 400만 원은 거뜬히 챙길 수 있다는 말에 모두 짐 싸서 나간 것이다.
중소·중견 제조 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제조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던 직원들이 배달을 뛰겠다며 사표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배달 산업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제조·서비스 등 다른 산업의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배달업에 뛰어든 종사자 수는 2022년 상반기 기준 23만 7188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3년전 11만 9626명에서 두배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등 외출 소비 대신 배달 소비가 늘어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배달 기사들은 월평균 약 25일을 일하고 381만원을 버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택시 기사의 월평균 수입이 169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배가 넘는다.
배달 기사들은 보험료와 렌털비 등 각종 비용 지출을 감안하고도 월 순소득이 286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건수가 많고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경우엔 순소득이 314만 원이었다.
배달 일로 사람들이 이처럼 몰리고 있지만 아직도 배달 일손은 부족한 실정이다.
여전히 배달업체들은 라이더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렇다 보니 라이더들 몸값이 뛰면서 배달료는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때문에 연쇄적으로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과 부릉·바로고 같은 배달 업체는 식당들로부터 받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를 각각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 각 식당들이 배달업체에 내는 배달료의 경우 지난 2년간 33~50% 인상됐다.
특히 음식 한 건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은 배달료가 최소 6000원으로 식사 한 끼 값에 버금간다.
식당 업주들은 음식 값의 30~40%를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로 내야 한다.
한 피자업체 사장은 "배달 비용을 제하면 수익률이 채 10%가 안된다"면서 "15%는 남겨야 유지가 되는데,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러니 식당들도 살기위해선 결국 소비자에게 배달팁을 올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식당 업주들은 배달 비용 상승분 보전을 위해 배달팁을 일제히 올렸다.
결국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이렇게 오른 배달료는 라이더 구인난 등으로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배달앱과 배달업체는 대부분 적자를 벗지 못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2021년 매출은 2조원에 달했지만 756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요기요도 작년 상반기까지 637억원 적자였고, 쿠팡이츠도 수백억대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대행업체인 부릉(메쉬코리아)은 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hy(옛 한국야쿠르트)와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배달 공화국’이 된 한국 땅에서 유일하게 웃는 자는 결국 라이더뿐이다.
배달앱과 배달업체, 식당업주는 모두 패자로 내몰린 꼴이 됐다.
업체들간 사업확장으로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 비싼 배달료만 우리들 모두의 짐으로 남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