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1000억 원을 들여 박정희 추모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구미시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철학과 뜻을 기리고 생가를 방문하는 추모객들에게 품격 있는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미시는 "기존 추모관은 많이 협소해 방문객의 불편을 초래하고 비탈길 위에 위치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많아 위치를 변경,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위상에 걸맞은 규모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추모관 건립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구미시는 "2월 중으로 각계각층 전문가를 중심으로 '박정희 대통령 숭모관 건립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확보한 5000만 원으로 7월까지 타당성 조사 및 숭모관 규모‧형식 등 건립 방향에 대한 논의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친 뒤 바로 건립 실시 설계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장호 구미시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 도시의 책무와 도리를 다하겠다"며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박정희 대통령 역사 자료관,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연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이곳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추모관 건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방문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사진을 올리며 "현직 대통령께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기록을 남긴 것을 처음"이라며 "(대통령이) 숭모관이 너무 협소하다며 함께한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에게 좋은 방안을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 생가 외에도 민족중흥관에 50억 원, 새마을 테마공원에 870억 원, 박정희 역사 자료관에 160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여기에 1000억 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는 숭모관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미시는 현재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을 겪고 있다. 구미시의 부채 상황은 2021년 기준 2065억 원으로 경북 23개 시‧군 중 가장 나쁘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도 10.5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 1000억 원을 들여 추모관을 건립하겠다는 구미시의 결정에 시민단체들은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구미경실련은 "숭모관 건립 대신 '폭탄' 난방비 보조금부터 챙겨라"라며 "구미시장이 끝내 추진을 강행하겠다면 건립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쳐야 할 것"이라고 구미시의 추모관 건립에 거세게 반대했다.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에는 이미 박 대통령을 기념하는 기념물과 공간이 차고 넘치도록 많다"며 "새마을공원의 경우 운영비와 유지관리 예산조차 마련하지 못해 운영권을 경상북도에 이관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김영덕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시지회장도 "김장호 시장이 취임한 후 경제가 우선이라며 숭모관 건립 공약을 취소한다고 했다"면서 숭모관 건립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구미시는 "조국 근대화의 주역인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로써 품격 있는 추모 공간 마련은 당연한 책무"라며 "건립 기금은 국‧도비와 함께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