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발언… 추신수의 이율배반

2023-01-28 09:03

최근 인터뷰서 더딘 세대교체 불만 제기
한달 전엔 “프로는 성적으로“ 용퇴 거부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추신수 / 뉴스1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추신수 / 뉴스1

추신수(41·SSG 랜더스)가 한국의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에 쓴 소리를 냈다. 이번 WBC에 김광현(SSG), 양현종(KIA), 김현수(LG) 같은 베테랑 대신 안우진(키움), 문동주(한화)처럼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을 내보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슈퍼스타'가 던지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일방적이고 경솔했다는 비판이 따랐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추신수의 이번 발언이 그간 그가 보여준 행보와는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이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DKNET에 출연,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며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봤더라면 많은 선수가 안 가는 게 맞다. 새로 뽑힐 선수가 더 많았어야 했다”고 WBC 선수 선발을 지적했다.

그의 불만의 골자는 당장의 성적에 눈이 멀어 미래를 전혀 보지 않고 노장 선수를 선발했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30대 중반 선수들은 모두 WBC 대표팀 선발을 고사했어야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팬들의 냉담한 기류와는 별개로 야구계는 추신수의 작심 비판을 표면적으로는 한국야구를 위한 애정 어린 충언으로 받아들였다. 언론도 '마음은 이해하지만 경솔했다', '선의에서 한 말이나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쪽으로 몰며 그의 진정성에 대해선 의심을 품지 않았다.

유튜브채널 '썸타임즈'
유튜브채널 '썸타임즈'

하지만 추신수의 이번 발언은 그간 그가 보여준 언행과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 추신수는 절친인 정근우(전 LG 트윈스)가 유튜브 스포츠 채널 ‘썸타임즈’에서 진행하는 야구 토크쇼 ‘정근우의 야구 이슈다’에 등장해 이번 주장과 상반되는 방어 논리를 폈다.

그는 '일부 팬들이 (노장인 추신수가)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고 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신수는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거지 주는 게 아니다"며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용퇴)를 듣는 게 불편했다"고 했다.

무대가 국제 대회냐 국내 리그냐 차이가 있을 뿐인데 '미래'를 바라보는 추신수의 스탠스는 한 달 새 달라 있었다. (아래 영상에서 해당 내용은 5분 20초께부터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채널 '썸타임즈'

그렇다고 추신수가 소속팀 SSG에서 '미래'를 중시했을까.

추신수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 27억원을 받은 지난해 부진했다. 국내 첫 시즌이었던 2021시즌에 비해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도루, OPS 등 모든 수치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11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타율은 2할5푼9리로 더 떨어졌다.

타자 연봉킹이라는 타이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었다. 추신수의 말대로 미래를 생각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도 무방한 기록이었다. 추신수의 1982년생 동기인 롯데의 이대호는 지난해 142경기 타율 3할3푼1리 23홈런 101타점 활약에도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은퇴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작년 12월 전격 현역 연장을 결심했다. SSG 구단은 “2023시즌부터 적용되는 샐러리캡 제도를 감안, 추신수가 구단과 후배 선수들을 위해 입단 첫해부터 유지해 온 연봉(27억원)을 삭감하기로 구단과 합의했다”라고 발표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연봉은 17억원에 달한다.

타율이 2할대 중반에 그친 41세 선수가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 고액 연봉까지 받게 된 것이다.

라디오 방송 출연 전까지만 해도 추신수의 현역 연장은 박수받는 분위기였다. 성적은 저조해도 그의 클럽하우스 리더십, 각종 사회공헌활동, 원정 라커룸 시설을 개선시킨 선한 영향력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신' 발언으로 인해 추신수는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 됐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