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반고 중 최초… 도봉고가 폐교된 진짜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2023-02-19 08:13

재개발 기대 못하는 소규모 빌라촌에 위치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고등학교의 특성

도봉고 / 네이버 거리뷰
도봉고 / 네이버 거리뷰

서울 도봉고는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내년 폐교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일반고 가운데 문을 닫는 건 도봉고가 처음이다. 과거 농어촌에서 주로 발생했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가 서울 지역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하지만 도봉고 폐교를 저출생이라는 일반성으로 뭉뚱그려 설명하는 건 무리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누리꾼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면밀하고 심층적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누리꾼은 먼저 도봉고의 입지 조건에 주목했다.

도봉고 / 도봉고 홈페이지
도봉고 / 도봉고 홈페이지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경기도가 나오는 서울 최외곽에 해당하는 동네.

도봉산 등산로 입구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도봉고는 한쪽은 도봉산, 다른 한쪽은 큰길(도봉로)로 양쪽이 막혀 있다. 국립공원으로 묶여있는 도봉산 아래에 재개발을 기대할 수 없는 소규모 빌라촌에 놓인 것이 도봉고다. 애당초 학생 공급이 제한된 지리적 구조다.

도봉고와 누원고 위치도 / 네이버 지도
도봉고와 누원고 위치도 / 네이버 지도

가까운 거리에 비교우위의 경쟁 학교가 버티고 있다는 것도 한계다.

도봉고에서 큰길과 1호선 철길을 넘어가면 아파트 밀집 지역이 나온다. 일종의 배후 시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누원고라는 또 다른 고등학교가 존재한다. 두 학교 사이의 거리는 1.2km로, 도보 15~20분 가량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누리꾼은 도봉고 쇠락의 원인을 '규모의 경제'와 연결해 설명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와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이과 구분과 선택과목이다.

학생 수가 적은 고등학교는 한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선택과목의 선택폭과 내신등급 산정 문제다.

수능에서 선택과목을 2개 보기에 학교에서도 선택과목별로 반을 갈라 가르치게 되는데, 머릿수가 적은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선택과목을 사실상 강제할 수밖에 없다.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 뉴스1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 뉴스1

더욱 치명적인 것은 내신등급 산정 문제인데, 학생 수가 적어지면 높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수능에서는 과목별로 만점자가 8% 이상이 나와 만점자의 평균 백분위가 4%를 넘어가면 1등급을 준다. 하지만 내신에서는 쉬운 문제 출제로 만점자가 남발돼 1등급이 양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만점자의 평균 백분위가 4%를 넘어가면 1등급이 아닌 2등급을 준다. 만점을 맞고도 2등급이 되는 셈이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이 적어지면 높은 등급을 받는 사람 수가 극히 적어져 학생들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현재 도봉고의 한 학년 학생 수는 60명에 불과하다. 문과반, 이과반으로 가르면 각각 1반씩밖에 설치할 수 없는 규모다.

사실 도봉고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학교다. 2004년 개교 초기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300명가량 됐고 10년 전까지만 해도 200명대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빌라촌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점차 없어지면서 학생 수가 줄었고, 이것이 내신 등급 문제와 선택과목 문제라는 악순환을 일으켜 학생들이 도봉고를 기피하고 누원고 등의 인근 고교로 진학하게 돼 폐교되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누리꾼은 지적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