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설치돼 있는 의문의 나무상자… 어떻게 보면 용도가 좀 섬뜩하다

2023-08-23 12:31

사도세자 '뒤주' 체험교육 논란
“고객님. 문의는 상소문으로…”

에펨코리아
에펨코리아

일선 주민센터가 조선시대 비운의 사도세자가 갇혀 숨진 '뒤주' 복제품을 시민 상설 체험 기구로 운영해 논란을 빚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이 같은 제보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주민센터 출입구 옆에 가로, 세로, 높이 1m 내외의 뒤주가 비치돼 있다. 뒤주 정면에는 '사도세자 뒤주 체험'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뒤주 설치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뒤주 안에 들어가 사도세자의 아픔을 되새겨보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 교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람이 죽은 공간을 상상 체험의 장으로 재연한 발상 자체가 논란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뒤주는 성인이 들어가기에는 작은 사이즈다. 설사 이용객이 있다면 초등학생 미만의 자녀를 둔 부모들 정도일 것이다.

해당 주민센터가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고객님. 문의는 상소문으로 부탁드려요", "관상용인가", "와이파이 되나요", "너무 작다. 조금만 늘려주세요", "아들아 여기 들어가 보렴", "한번 들어가면 15일 후에 열어드립니다" 등 우스개 댓글들을 쏟아냈다.

영화 '사도' 포스터 / 이하 쇼박스
영화 '사도' 포스터 / 이하 쇼박스

뒤주는 곡식을 저장하기 위한 주방용 가구다.

현재는 플라스틱제 쌀통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웬만한 현대인은 한평생 볼 일도 들어볼 일도 없는 뒤주가 유명해진 것은 오로지 여기에 갇혀 아사한 사도세자 때문이다.

영화 '사도' 한 장면
영화 '사도' 한 장면

18세기 조선시대 영조의 차남으로 태어난 사도세자는 아버지와 오랜 갈등 끝에 만 27세의 젊은 나이로 7월의 한여름 삼복더위에 쌀 담는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굶어 죽었다. 이런 역사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2015년 개봉된 '사도'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