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의 일본 기자간담회에서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 보호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환경 착취 대명사인 ‘돌고래 쇼’가 펼쳐졌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주연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이 ‘아바타2’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이 큰 수족관 앞에 놓인 단상에 앉자 돌고래쇼가 시작됐다. 돌고래들은 사육사를 부리로 들어 높이 던지기도 하고 꼬리로 서서 물 위를 이동하는 등의 쇼를 선보였다. 캐머란 감독과 위버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이다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이후 한참 계속된 쇼를 보고 캐머런 감독은 “난 돌고래를 사랑한다. 돌고래의 지성, 사회성, 인간과의 교감 능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편에 이어 2편에도 환경 우선, 자연 등의 메시지를 담은 캐머런 감독이 돌고래쇼가 지닌 폭력성을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영화 홍보를 위해 당혹스러운 쇼에 눈감았을 가능성이 크다.
캐머런 일본 방문 하루 전인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돌고래 등 동물이 무분별한 포획으로 사라지고 있다. 인류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환경단체 ‘돌핀 프로젝트(Dolphin Project)’는 즉각 ‘아바타2’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단체는 홈페이지에 성명문을 올려 캐머런 감독과 배우들이 돌고래쇼를 보고 박수를 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일본이 수족관 쇼에 동원한 돌고래들이 돌고래를 잔혹하게 포획하는 다이지에서 잡혔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을 즐겁게 해준 돌고래들이 어디에서 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돌고래가 어떻게 포획되는지 정확히 보여주고 싶습니다. 돌고래를 돌본다고 주장하는 조련사가 돌고래를 잔인하게 도살하는 조련사와 함께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린 그들이 직접 목격하면 다시는 다른 돌고래쇼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동물권보호단체인 페타(PETA)도 비판에 가세했다. 리사 렌지 페타 수석부의장은 캐머런 감독에게 판도라의 수중 세계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13년 동안 노력했으면서 왜 지구의 수족관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사업을 멈추기 위해 고작 5분도 투자하지 않았는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