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쪽에 머물며 많은 비를 뿌렸던 구름이 아래로 내려왔나 봅니다. 새벽에 세차게 내리다가 아침에 긋는 듯하더니 이제 다시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리지 않은 걸 생각하면 아직 더 많이 와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이 비를 반기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동안 타는 듯 목이 말랐을 땅과 푸나무들이 "어이 시원하다"라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과 푸나무들에게 반가운 비도 사람을 놀랍고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더라구요. 어제 저녁을 먹고 아이들한테 저마다 할 일을 하라고 해 놓고 아내와 함께 마실을 나갔습니다. 아내 말에 따르면 거의 두 달만에 함께 나온 마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오랜만이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날을 새고 있었나봅니다. 바빠서라기보다는 더위와 땀이 무서워 꺼렸던 마실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몸을 움직이게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틀들이 있는 곳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참 좋다고 느끼면서 자리를 옮기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비받이도 비옷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아내를 불렀고 집으로 가자며 손수건과 물병을 챙기며 뒤설레를 치는데 비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집에 창문도 다 열어 두고 이불을 늘어 놓은 게 생각이난 아내가 집에 전화를 하면서 뛰었습니다. 비를 맞는 것이나 옷이 젖는 것이 싫지는 않았는데 집에 비가 들어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한 지 오래지 않아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머리도 옷도 다 젖어 있었습니다. 비가 떨어질 때 뒤설레를 치지 않고 가까이 있었던 쉼터에서 비가 긋기를 기다리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집에 다 와서야 들었습니다. 땀과 비로 젖은 옷을 벗으며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며 씩 웃을 수 있게 해 준 비였지요.
'뒤설레'는 '서두르며 수선스럽게 구는 일'입니다. '치다', '떨다', '놓다'라는 말이 이어 나오는 말이지요. '설레(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 움직이는 행동이나 현상)'라는 말을 알면 뜻을 미루어 알 수 있는 말이고, '설레발 치다'라는 익은 말이나 '설레발이', '설레다'도 알 수 있는 말이랍니다.
4345. 8 22.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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