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은 최근 약 1만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자 생존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서슬퍼런 정리해고 칼날을 한국 근로자들도 그대로 받았다. 한 한국인 아마존 직원은 28일 ‘대규모 정리해고를 지나고 나서 느낀 점’이라는 글을 블라인드에 올려 아마존이 얼마나 살벌하게 정리해고를 실시했는지 알렸다.
“지옥 같은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아직 내년 1분기 정리해고가 남아 있지만 이번에는 살아남았네요. 뉴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주 아마존은 약 1만명의 인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저도 미국 본사 소속 직원이라 정리해고 대상자였습니다. 월요일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뉴스를 접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이번 주엔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지나고 보니 여러 생각들이 듭니다. 맥주도 한 잔 했고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해서 생각 정리도 할 겸 이렇게 느낀 점을 써볼까 합니다.”
글쓴이는 정리해고자가 결코 하위고과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회사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해고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보통 프로젝트 혹은 제품 단위로 평가하더라”라면서 “100명 중 10% 하위고과자를 자르는 게 아니다. 회사가 투자를 한 (혹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 미래사업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 그 프로젝트나 팀을 통째로 날려버리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진짜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도 정리해고가 되는 걸 보면서 정리해고가 결코 이 사람의 능력을 방증하지 못한다는 걸 느꼈다”라며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져왔던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직원들의 사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는 개개인의 감정까지 신경 쓸 여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 관리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월요일 나온 (정리해고 소식을 알리는) 기사는 아마존 공식 발표가 아닌 내부에서 유출된 내용으로 작성된 것이었고 CEO의 공식발표는 목요일이나 돼서야 나왔습니다. 그 사이 직원들은 정말 많은 혼란을 겪었네요. 능률도 물론 떨어졌고요. 그리고 또한 내년 1월에 추가적인 대규모 해고가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나선 저도 일하기 싫어지네요. 내년 1, 2월에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계속 일해야 하나요? 리더십의 무능이 이런 부분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네요.”
글쓴이는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라는 말을 절감했다고도 했다.
그는 “직장은 직장일 뿐이란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느꼈다. 개인의 능력은 퍼포먼스를 내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인 것 같다. 또한 이 직장에서 잘리든 말든 나는 나고 내가 가진 능력들이 부정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커리어는 중요하지만 직장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말아야겠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했다.
글쓴이는 자신을 위로해준 누리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서로 위로하는 걸 볼 때마다 ‘염병하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지만 미국 블라인드 아마존 라운지에서 서로에게 정말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라면서 “정말 힘든 순간에는 지푸라기 하나라도 큰 위로가 된다는 걸 느꼈다. 제가 지나가면서 툭 던진 말이 남에게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고 했다.
<글쓴이가 올린 글의 전문>
지옥같은 한주가 지나갔습니다. 아직 내년 1분기 정리해고가 남아있지만 이번에는 살아남았네요.
뉴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주 아마존은 약 10,000명의 인원을 해고한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진행했습니다. 저도 미국본사 소속 직원이라 정리해고 대상자였습니다.
월요일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뉴스를 접했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주가 어떻게 지나간지 모를정도로 이번주는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는데 지나고 보니 여러 생각들이 듭니다. (지났다기엔 한번이 더 남았지만요...)
맥주도 한잔 했고,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해서 생각 정리도 할겸 이렇게 느낀점을 써볼까합니다.
1. 정리해고자 ≠ 하위고과자
회사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해고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보통 프로젝트 혹은 제품 단위로 평가하더라구요. 100명중 10% 하위고과를 자르는게 아닌 회사가 투자를 한 (혹은 비용이 많이 들어간) 미래사업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지 못한경우, 그 프로젝트나 팀을 통째로 날려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진짜 일잘하고 능력있는사람들도 정리해고가 되어가는걸 보면서 정리해고가 결코 이 사람의 능력을 방증하지 못한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런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져왔던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됐구요.
2.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직원사기관리도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개개인의 감정까지 신경쓸 여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말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관리는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드네요. 월요일 나온 기사는 아마존 공식발표가 아닌 내부에서 유출된 내용으로 작성된 기사였고, CEO의 공식 발표는 목요일이나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그 사이 기간동안 직원들은 정말 많은 혼란을 겪었네요, 그 사이 능률도 물론 떨어졌구요. 그리고 또한 내년 1월에 추가적인 대규모해고가 있을거라는 얘기를 듣고나선... 저도 일하기 싫어지네요. 내년 1-2월까지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속 일해야 하나요? 리더쉽의 무능이 이런 부분에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네요.
3.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미생에서 그랬죠.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 많은 사람들이 내 직장이 나의 전부인것 마냥 살아가지만, 사실 직장은 직장일뿐이란걸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내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선 정말 많은 요인들이 있고, 내 개인의 능력은 그 요인들 중 하나일뿐인것 같습니다. 또한, 이 직장에서 잘리든 말든 나는 나고 내가 가진 능력들이 부정되는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나의 커리어는 중요하지만 직장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는 말아야겠다는걸 다시 느꼈습니다.
4.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저는 인터넷에서 서로 위로하고 그런걸 볼때마다 염병하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중에 하나였습니다. 근데 이번에 미국 블라인드 아마존 라운지에서 서로에게 정말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보고 울컥하는 제자신을 보고나서 아 정말 힘든 순간에는 지푸라기 하나라도 큰 위로가 되는구나 라는걸 느꼈네요. 제가 지나가면서 툭 던진 말이 남에게 큰 위로가 될수도 있다는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직장생활이 쉽지만은 않네요. 다들 각자의 고충을 가지고 각자의 전쟁을 치루고 있겠지만, 주말에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노래도 들으면서 내 자신을 찾고 또 한주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다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저를 포함한 직장생활 하는 모든 분들이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도) 화이팅 했으면 합니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니까요.
* 추가글 - 많은 응원글이 올라와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들 직장인으로서 같이 화이팅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