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가 말싸움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마친 직후였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최근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을 두고 '선택적 언론관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자,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언론과 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언론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4개의 기둥이다.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증거를 조작해서 판결했다고 할 때 국민 여러분께서 '사법부는 독립 기관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할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그것이 국민의 안전 보장과 관련된 것일 때는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MBC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윤 대통령 발언을 들은 MBC 소속 기자는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고 물었으나, 윤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 없이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때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나섰다.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한겨레 등 매체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MBC 기자의 행동을 나무랐고, 해당 기자가 "질문도 못 하냐"고 따져 물으면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이 비서관이 "(윤 대통령) 말씀하시고 끝났잖아"라며 반말로 답하자, 기자는 "반말하지 말라", "말조심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이 비서관은 "말꼬리 잡지 말아라", "말조심이 아니라 보도를 잘해라"라고 맞받아치며 설전을 이어갔다.
약 2분간 지속된 두 사람의 말씨름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 카메라에도 잡혔다.
JTBC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엔 고성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MBC 기자와 이 비서관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를 본 네티즌은 "부끄럽다", "가관이다", "진짜 실화냐?", "내가 다 자괴감이 든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그 이유를 발표했다.
이 부대변인은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로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함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로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 ▲MBC 미국 특파원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한미동맹을 이간질 ▲미국 측의 '한국과 우리의 관계는 끈끈하다'는 입장을 보도하지 않음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거짓말 ▲무책임한 태도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아무 답변과 사과가 없음 ▲각종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대통령 부부와 정부 비판 ▲광우병 괴담, 조국수호 집회, 월성원전 방사능 오염수, 낙동강 수돗물 세균 관련 끝없는 가짜뉴스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악의적 태도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