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필적 확인 문구는 만해 한용운 시의 한 구절이었다.

시험지를 받아 든 수험생이 제일 먼저 확인하는 필적 확인 문구가 올해 역시 화제에 올랐다.
뉴스1 등에 따르면 17일 치른 수능 시험엔 한용운의 시 '나의 꿈'이 인용됐다.

'나의 꿈'은 시집 '님의 침묵'에 실린 시로, 두 번째 연에 나온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가 필적 확인 문구였다.
임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그리움을 주제로 한 이 시의 전체 내용은 이렇다.
당신이 맑은 새벽에 나무 그늘 사이에서 산보할 때에
나의 꿈은 작은 별이 되어서
당신의 머리 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이 앉아서 글을 볼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똘귀똘" 울겠습니다.

수능 시험 때마다 관심을 받는 이 필적 확인 문구는 대리시험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2005년 6월 처음 도입됐다.
문장 구조나 활자 모양 등 작성자의 필적(筆跡·글씨의 모양이나 솜씨)을 확인할 수 있는 요소가 담긴 문장이 나오며, 이는 매년 수능문제 출제위원이 논의해 정한다.
2005년 6월 모의고사(전국연합학력평가)부터 적용됐으며, 각 영역 시험지 표지에 이 문구가 담겨 있다. 수험생은 OMR(광학 표시 판독기) 카드에 답을 적을 때 자신의 필체로 꼭 이 문구를 써야 한다.

도입 첫 해 필적확인 문구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나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다.
지난해 수능엔 이해인 수녀의 시 '작은 노래2' 중 일부가 인용됐다.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라는 부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여파에 이례적으로 시험일이 미뤄져 12월에 치러졌던 2021학년도 수능(2020년 12월 3일 시행) 땐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걸으며'의 한 대목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 나왔다. (관련 기사 보기)
마스크를 쓰고 수능을 치러야 했던 당시 수험생들을 울컥하게 해 화제가 됐다.

이날 일반 시험장 1265곳, 별도 시험장 108곳 등 전국에서 치러지는 수능 시험은 오후 5시 45분(5교시 기준)에 종료된다. 제2외국어·한문 등 과목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은 4교시를 마치고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