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심 끝에 주택담보대출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4억여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 30대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대출금리 재산정 안내 문자를 받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최근 기준금리가 연이어 오르면서 대출 초기 연 3% 중반에 불과했던 대출금리가 연 6% 중반에 육박하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월이자만 120만원에서 213만원으로 불어났다. A씨는 "그야말로 은행에 월세를 내면서 사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 등의 신규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가 이날부터 0.58%p씩 일제히 올랐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5.18~6.58%에서 하루 만에 연 5.76~7.16%로, 우리은행은 연 5.74~6.54%에서 연 6.32~7.12%, NH농협은행은 5.09~6.19%에서 5.67~6.77%로 올렸다. 자체 금리산정 방식을 적용하는 하나은행도 6.41~7.71%에서 6.47~7.77%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5%를 훌쩍 넘어섰고, 상단은 8% 진입을 목전에 뒀다.
전날 은행연합회는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0.58%p 오른 3.98%라고 공시했다. 이는 공시를 처음 시작한 2010년 2월(3.88%) 이후 역대 최고치다. 상승폭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코픽스는 지난해 8월만해도 1.02%였으나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불과 1년여새 2.96%p 급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의 수신상품 금리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한 이후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10월 코픽스를 더 끌어올렸다. 레고랜드 사태 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급등으로 주담대 등 은행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은행권 상담창구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이자와 관련한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차주들은 A씨와 같이 실제 은행에서 보낸 대출금리 안내 문자를 서로 공유하면서, '대출이자가 불과 1년 새 2배 늘었는데, 저만 이상한 건가요', '불어난 대출이자 갚고 나면 월급이 남는 게 없어요' 등 불어난 이자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차주들의 빚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미국 연준이 이달 초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인상) 단행하는 등 고강도 긴축정책을 이어감에 따라,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최소 0.25%p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개월 연속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추가 인상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주담대 최고금리는 연 8% 선을 훌쩍 넘게 된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의 일이다. 금융권에선 최근 채권시장 불안까지 영향을 미쳐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9%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