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170여 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난 가운데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던 임신부 탑승객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24일 세부 여행 전문 인터넷 카페에 '사고 났던 KE631 탑승했던 사람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고기 탑승객인 A씨는 "사고 직후 구글 앱 켜보니 (세부) 공항 끄트머리에 비행기가 서 있었다"며 "500m~1km만 더 갔어도 도로를 넘어 민가를 덮칠 뻔했으나 다행히 구조물을 박고 멈췄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랜딩(착륙) 자체는 스무스했는데(매끄러웠는데) 비 때문인지 속도가 생각보다 줄지 않고 미끄러진 듯하다"며 "랜딩 실패했을 때도 '쿵' 하며 충격이 가해져 다시 상승했는데 그때 착륙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해당 여객기는 현지 기상 악화로 두 차례 복행(Go-around·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하는 것)했었다.
A씨는 "비상 착륙한다는 기장의 방송 이후 랜딩을 시도하자 모든 승무원이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엔 이 소리 때문에 더 놀랐다. 누가 소리 지르나 해서"라며 "진짜 영화 한 편 찍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들이) 'Head Down'(머리 박아)을 반복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으라는데 임산부라 쉽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생각보다 스무스한 랜딩에 안도하던 찰나 '쾅쿵쾅콰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친 듯한 충격이 가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5초 이상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내 전체가 정전되고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승객들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당시 긴박했던 기내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바로 탈출하지는 못하고 어디 화재가 있는지 혹시 위험하진 않은지 전 승무원이 확인한 후 미끄럼틀(비상탈출 슬라이드)을 타고 내려왔다"며 "탈출 후에도 폭파 위험 때문에 비행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오후 6시 35분 출발한 A330-300 여객기(KE631)가 당일 오후 11시 7분(현지 시각)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에서 현지 기상 악화로 활주로를 지나쳐 착륙했다. 악천후 때문에 조종실 시야 확보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