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종사자였던 여자친구가 직업을 속인 채 임신했다며 혼인신고를 요구, 이를 받아 들인 남편이 가짜 임신임을 알았을 때도 '혼인 무효'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가 지난해 10월 남성 A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A씨는 "사진 동호회에서 직업이 미용사라는 한 살 연하의 여친을 만났다. 사귄 지 한 달쯤 됐을 때 술이 약한 제가 만취하자, 여친이 저를 모텔로 데려갔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 달 뒤 여친이 제 아이를 임신했다며 초음파 동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곤 아이가 태어나기 전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해 결국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출산이 계속 늦어지던 중 '아기가 장애로 나올 확률이 90%여서 중절 수술을 받겠다'라는 아내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초음파 동영상의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여기서 아내의 임신이 거짓임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아내를 추궁하니 저와 결혼하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고 하더라. 또 미용사가 아니라 노래방도우미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처럼 거짓말을 한 아내를 용서할 수 없다. 혼인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최지현 변호사는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이혼 △혼인 무효소송 △ 혼인 취소소송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 무효소송의 경우 당사자 간 혼인에 대한 합의가 없을 때나 당사자들이 근친혼 관계에 있었던 때 등 하도록 엄격하게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며 이번 사연의 경우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혼인 무효소송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혼인 취소소송은 가능할 것 같다. 민법 816조 3호를 보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서 혼인의 의사를 표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경우는 임신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 보이고, 직업도 만약 노래방도우미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여 혼인 취소는 가능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혼인 취소는 혼인 무효와 달리) 과거의 혼인 이력은 그대로 유효하기 때문에 △결혼식 비용 △ 결혼생활 동안 부담했던 생활비 등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