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사적 발언 논란을 두고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소리 전문가'로 알려진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가 여당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분석을 내놨다.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지칭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성 명예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바이든'이라고 들리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게 들릴까"라며 화두를 던지며 썰을 풀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측근들과 한 발언을 MBC는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나?'로 자막을 달아서 방송했다"며 "MBC와 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했다 주장하지만, 나의 경우 그 소리를 직접 여러 번 들었는데, 절대 저렇게 들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성 명예교수의 이런 발언은 여당 일부 인사의 언급과 결이 같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제 귀가 나쁜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여러 번 들어봐도 명확히 들리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 근거로 성 명예교수는 "당연히 '바이든'이라고 듣는 사람들의 귀가 더 예민하다 믿을 근거는 없다. 나는 오랫동안 음성인식을 연구했는데 음성인식은 단지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발음이 너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며 "음성인식 과정에서는 인식률을 올리기 위해 소리를 들어서 얻는 음향정보와 내용을 따라가며 얻는 사전정보를 결합한다. 특히 잡음이 많은 음성의 경우 사전정보에 더 의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듣는 것뿐이 아니고 시각은 물론 거의 모든 판단에 사전정보를 이용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은 시각적 판단에서 사전정보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며 "그런데 사전정보는 사람들을 편견으로 유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성 명예교수의 지론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특정 국가, 지역, 또는 인종만 나오면 혐오심이 분출된다. 이 사람이 그 국가나 지역, 인종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대개 그런 적개심을 가지도록 사전정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은 매우 잡음이 많고 불분명한데, 여기에 MBC는 자의적으로 자막을 달아서 송출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은 이 자막대로 듣는다. '소리'를 따라 듣지 않고, '자막'을 따라 듣는다. 자막이 매우 선명한 사전정보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자막이 있는 외국어 방송은 잘 들리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이유"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자막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내가 대통령의 발언을 자동음성인식기에 넣어 보았다. 내가 시험한 어떤 음성인식기에서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정확한 네이버 클로버 음성인식기의 경우 나오는 답은 '신인 안 해주고 만들면 쪽 팔려서'이다"라며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 부분에 '바이든'이라는 단어는 인식되지 않는다고 했다.
성 명예교수는 "이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 변조다. 엉터리 자막은 음성 편집 변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며 "언론인이나 연구자의 주장과 입장은 존중돼야 하지만, 데이터 변조는 사소한 것이라도 용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물론 대통령이 사용한 일부 단어는 좀 거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엉터리 자막 편집과 비교할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야당이나 일부 언론도 이 사항을 가지고 MBC를 옹호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데이터 변조가 언론의 자유와 혼동이 된다면 정직과 투명,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거짓말과 술수, 선동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