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때문에 배달 기사가 너무 힘들다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2022-09-08 16:26

유서에 “유튜버 때문에 너무 힘들다”
누리꾼 “안타깝다” vs “공감 안 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왼쪽) / VidEst-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왼쪽) / VidEst-shutterstock.com

포상금을 노리고 오토바이 신호 위반 사례만 집중 신고한 '파파라치' 유튜버 때문에 배달 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숨진 배달 기사와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동료가 해당 유튜버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근 네이버의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iN'에 '유튜버로 인해서 배달 기사가 사망했습니다'라는 글이 떴다.

배달 기사라는 작성자 A씨는 "힘도 없고 어디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없어 질문을 드린다"며 장문의 사연을 꺼냈다.

이하 네이버 지식iN
이하 네이버 지식iN

게시 글에 따르면 A씨가 사는 동네에 오토바이 신호 위반을 전문적으로 핸드폰으로 찍어 신고하는 유튜버가 있다.

이런 긴장된 상황이 1년 정도 이어지다 보니 지금 그 동네에서 신호 안 지키고 배달하는 오토바이는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유튜버 1명 때문에 월 600만원 벌던 배달 기사가 이제는 4분의 1인 150만원만 벌고 있다. A씨가 속한 업체에서도 월 200만원 이상 가져가는 배달 기사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급기야 배달 대행 업체 2곳이 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A씨 소속 업체도 예전엔 하루 1500건의 배달 콜이 왔지만, 지금은 많아 봐야 절반 수준인 700~800건 밖에 안 뜬다고 했다.

뿐만이 아니다.

"왜 이리 늦게 가냐", "너 네들 때문에 리뷰 테러당했다", "장사 망치게 하려 작정했냐", "너네랑 거래 못하겠다"는 항의 속에 가맹점 30곳이 이탈했다고 한다. A씨 소속 업체도 문 닫기 직전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유튜버의 신고 세례로 벌금 폭탄을 맞은 배달 기사가 얼마 전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

A씨에 따르면 숨진 배달 기사가 남긴 유서에는 '유튜버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이 구구절절 담겨 있었다.

이하는 A씨가 공개한 유서 내용이다.

'온 종일 비가 와도 목숨 걸고 오토바이 타면서 고작 10만원 버는데 (유튜버가) 그 노력을 막고 생계를 막았다. 하루에 내는 벌금만 30만원이다. 연로한 부친이 아프셔서 병원에 다녀야 하고 이혼한 동생의 딸은 여름옷이 없어 겨울옷 입고 다닌다. 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지만 더는 버틸 자신이 없고 가족과 조카에게 미안하다.

내 인생은 살아온 날 절반 이상이 많이 행복했는데 이젠 내 가슴이 그만하라고 발버둥 치는 것만 같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거 같다. 많이 미안하고 슬퍼도 울지 말아줘 부탁해.'

A씨는 "이번 사안을 언론에 제보할 건데 그 유튜버에 대해 법적 대응 또는 소송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며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들이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시각은 갈렸다.

"경찰이 할 일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니 이런 사달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600만원 벌다가 신호 지키면 150만원 번다는 게 어이없다", "유튜버 탓할 문제는 아니다" 등 별로 공감이 안 간다는 의견도 많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